포화상태인 시장, 더 이상의 차별화가 어려운 제품과 브랜드 파워, 여기에 실시간으로 최저가를 검색해주는 편리한 검색엔진, 그리고 넘쳐나는 제품 사용 후기들은 과연 블루오션이 더 이상 존재 하기는 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까지 불러일으키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급박하고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몸부림은 ‘고객 최우선주의’, ‘고객은 왕이다’, ‘고객만이 살 길이다’ 등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한 표어들에서 절절히 묻어난다. 제품에 대해 자신들만큼이나 잘 알고 있는 똑똑한 고객들, 눈높이가 높아져 웬만한 제품에는 눈길조차 건네지 않는 도도한 고객들, 아무리 극진한 서비스를 다 바쳐도 컴플레인 걸기를 주저하지 않는 뻔뻔한 고객들. 이 책은 이렇듯 변덕스럽고 영악하고 이기적인 고객들의 눈길을 잡고, 나아가 그들이 제품과 브랜드에 충성하도록 만들어주는 마법과 같은 세 가지의 지침을 건네고 있다. 바로 고객에게 ‘고객가치’를 전달하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고객가치’의 정의는 일반적인 그것과는 다소 새롭다. 즉, 일반적으로 ‘고객을 위해 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편익’이라는 다소 좁고 애매하게 사용되어온 ‘고객 가치’의 의미를 ‘고객을 위한 가치’, ‘고객의 가치’,’고객에 의한 가치’라는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이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서의 ‘고객가치’를 주창하고 있다. ‘고객을 위한 가치’제공을 통해 고객을 위한 가치 창출을 위해 힘쓰고 고객만족을 위해 기업이 노력해야 한다는 기존의 고객만족경영 체제만으로는 대응이 쉽지 않은 현재 시장 상황을 맞이하여 이제 능동적인 고객의 선택과 고객가치의 개발과 고객에 의한 자발적인 가치 창출이라는 2개의 축을 ‘고객을 위한 가치’와 더불어 고려해야 할 때가 왔다고 저자들은 역설한다.
The First Value : Value for Customers
첫째로 ‘고객을 위한 가치(Value for Customers)는 문자 그대로 기업이 고객을 위해 줄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해야 함을 뜻한다. 앞서 언급했듯, 이것은 시장이 갈수록 포화상태로 치달아 날마다 경쟁사들과 치열한 전쟁을 치러내야 하는 기업들이 재화를 내고 자신들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소비하는 고객에게 당연히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가치가 되어 버린 지 오래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가장 기본적으로 고객만족을 위해 제공해야 할 필수불가결한 가치이다.
‘고객을 위한 가치’를 제공하는 방법으로 이 책의 저자들은 퍼플카우, 브랜드 개성, 체험 마케팅, 진실의 순간, 제휴 마케팅, 기대 관리, 고객만족 측정, 서비스의 회복, 감성 마케팅, 맞춤 마케팅, 고객가치 방정식 등을 방법론을 제시한다. 이 중 나는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 : MOT)’이라는 내용에 대하여 조금 더 언급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롯데 백화점’과 같이 고객을 직접 대면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파는 기업에 있어 고객과의 이러한 ‘진실의 순간’은 다른 기업들에 비해 그 중요성이 더 크다고 생각이 됐기 때문이다.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 : MOT)'이란 고객이 서비스나 제품, 그리고 브랜드에 빠져들 때, 그 우호적 감정을 증폭시켜 줄 수 있는 짧지만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인 순간을 뜻한다. 진실의 순간은 고객에게 서비스 품질을 보여줄 수 있는 15초 내외의 극히 짧은 순간이지만, 서비스 제공 기업에 대한 인상을 좌우한다. 여기에서 강조하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진실의 순간에서는 ‘덧셈의 법칙’이 아닌 ‘곱셈의 법칙’이 작용한다는 점이다. 이는 고객이 여러 번에 걸쳐 기업으로부터 충분히 만족스러운 가치를 제공받았다 하더라도 단 한 순간 0점의 가치를 받으면 그간 느꼈던 기업의 가치도 0이 되어버린다는 뜻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나는 지난 4주간의 영업점 실습을 떠올렸다. 나 역시 ‘고객’으로써 살아가며 단 한번의 불친절한 서비스에 다신 찾지 않게 된 가게들이 많다는 것을 쉽게 상기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롯데 백화점’의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은 본사에서 만드는 홍보 슬로건이나 마케팅, 프로모션 활동에 의하기 보다는, 고객을 직접 대면하고 있는 담당과 매니저, 그리고 동료사원들의 표정과 태도 하나하나라고 말씀하시며 항상 ‘미소와 친절’을 강조하셨던 엘더 사원님의 가르침을 들을 때만 해도 나는 내가 이토록 중요한 ‘진실의 순간’에 고객을 마주하고 있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롯데 백화점의 뱃지와 이름표를 달고 매장에 있던 나는 고객들에게 있어 움직이는 롯데 그 자체라고 봐도 무방했다. 한낱 인턴사원이지만 나의 미소와 친절이 롯데의 미소와 친절이 되었으며, 나의 무례함이 롯데의 이미지에 상처를 줄 수 있는 것이다. 고객과 직접 접하는 ‘접점’에 해당하는 사람의 직위가 기업 내에서는 가장 말단이지만, 그들이 고객에게 있어 전체 기업의 이미지를 대표하는 얼굴들이라는 점은 나에게 다소 아이러니 하게 다가왔다.
The Second Value : Value of Customers
둘째로, 고객의 가치(Value of Customers)란 고객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의미한다. 이러한 고객의 가치를 증대시키는 방법에는 블루오션, 잠재 니즈, 고객 포트폴리오, 불량고객, 크로스/업 셀링, 고객생애가치 등이 포함된다. 지나친 과열경쟁으로 하루하루 피말리는 경쟁사와의 전투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블루오션을 찾는 것은 모든 기업의 꿈이다. 블루오션 전략이란 저마다 비슷한 가치를 제공하느라 출혈을 서슴지 않아야 되는 제살 깎아먹기 경쟁 시장에서 벗어나 자사만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에 성공하면, 새로운 고객과 새로운 고객 니즈로 구축된 그 공간은 경쟁자들이 침범할 수 없는 푸른 바다(blue Ocean)와 같은 새로운 시장으로 거듭나고, 더불어 해당 기업도 그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이다. 하지만 저자는 무턱대고 블루오션에 대한 찬양만을 늘어놓지는 않는다. 저자는 작업에도 순서가 있듯이 레드오션에 대한 내공 없이는 블루오션의 주인공이 되는 것 또한 쉽지 않다고 경고한다. 레드오션 사업들은 당장은 수익이 나지 않은 장기적인 블루오션 사업이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받쳐주는 역할을 하며, 이것이 블루오션을 만났을 때 기업의 순조로운 항해를 돕는 것이라는 저자의 설명은 늘 ‘블루오션이 어디에 있을까’라는 질문만 던지고 있던 나에게는 새로운 충격이었다.
The Third. The Value by Customers
마지막으로, 고객에 의한 가치(Value by Customers)란 고객이 기업과의 관계에서 스스로 창출해내는 가치로서, ‘수동적’이었던 고객이 인터넷과 같은 양방향 매체 등의 영향으로 ‘능동적’인 참여형 고객으로 변모하며 가장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고객에 의한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으로 책에서는 넷전, 고객 시민행동, 내부 마케팅, 내부 브랜딩, 마니아, 프로슈머, 커뮤니티 등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중 저자가 역설했던 내부 마케팅의 중요성에 대하여 나는 상당부분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내부 마케팅이란 ‘내부 고객인 종업원의 욕구 충족 → 고품질의 서비스 → 외부 고객인 소비자의 만족 → 서비스 기업의 목표 달성(고객 유지와 이익 증가)’이라는 고객만족의 선순환 과정의 출발점으로서, 내부 고객에 의한 가치 창출이 고객의 가치에 기본이 된다는 발상을 전제로 하고 있다. 여기서 내부 고객이란 회사 내의 고객들로 쉽게 말해 사내 직원을 의미하며, 외부 고객은 일상에서 고객으로 간주되는 좁은 의미의 고객인 최종 고객과 중간 고객을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내부 고객이 얼마나 기업에 만족하고 있는가에 관한 부분이다. 다시 말해 내부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외부 고객에게 부정적인 메시지가 전달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러한 부정적 메시지는 고객가치의 전달에 커다란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내부 고객의 만족을 전체 고객만족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롯데 백화점’과 같이 고객의 접점에서 진실의 순간을 대하는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에 있어 적절한 내부 마케팅을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부고객인 백화점의 영업직원들이 자신의 회사에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면 고객과의 진실한 순간에 있어 그들의 서비스를 100퍼센트 발휘하지 않을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럼 이러한 내부 마케팅의 핵심은 무엇일까? 내부 마케팅은 종업원의 동기부여에 중점을 두는데, 종업원의 욕구를 얼마나 잘 충족시키느냐에 따라 최종 고객에게도 그 가치가 제대로 전달된다는 논리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회사에 대한 정서적 애착을 키워주는 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외부 고객에게 좋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부 시장에도 좋은 상품을 구비해 주어야 한다고 보는데 이때 종업원에게 매력적인 내부 상품은 바로 ‘동기부여’이다. 예를 들면 훌륭한 종업원을 유치하고 보유할 수 있는 관리 방법, 인사 정책, 직무 자체의 성격, 계획 및 실행 과정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내부 마케팅의 목표는 종업원 만족의 향상이다. “종업원 만족 없이는 고객만족도 없다”라는 말이 있다. 종업원의 동기부여를 통한 기업에 대한 내부 직원의 믿음?설득이 선행될 때만이 고객만족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즉 회사 내부의 동료와 상사들이 서로를 진정한 고객으로 생각할 때 종업원 만족도 가능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고객에 대한 친절로 이어져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처럼 자발적인 참여가 바탕이 될 때, 내부 고객에 의한 새로운 가치가 유?무형 제품인 서비스의 기본 가치에 더해지거나 그와 별개로 창조된다. 회사를 진심으로 위하고 애착을 가진 직원이 베푸는 친절의 질과 그렇지 않음에도 급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는 직원의 친절의 질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 차이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내부 마케팅과 함께 빼 놓을 수 없는 고객에 의한 가치 창출은 바로 ‘마니아’라고 불려지는 고객의 집단에 의해 가능해진다. TV 프로그램도 자신의 원하는 프로그램만 선택하여 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 마니아 계층들은 그 두각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마니아는 새로운 시장 형성의 주도층 또는 구전 매체로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계층이다. 그들은 선도자로서의 자부심이 강하며, 자신의 소비 경험을 다른 고객들과 적극적으로 공유하고, 출시되지 않은 제품의 상세 내용 검토, 발매 즉시 평가하는 사용 후기 등으로 광고보다 막강한 정보 제공의 역할을 수행한다. 전문성으로 무장한 마니아들의 열정은 지금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말해줌으로써, 기업의 제품, 그리고 고객에 의한, 고객을 위한 최고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능동적인 가치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을 롯데 백화점에 적용하여 롯데 백화점 각 브랜드별 마니아 관리를 비롯하여 MVG와 같은 롯데 백화점 자체의 마니아를 각별히 관리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The Key Word is “Interaction”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빠르게 흐르는 시간은 변화를 가져왔다. 몇몇 반짝이는 제품이 시장을 좌우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버렸다. 문명과 매체의 발달은 과거 공급자들만이 누리던 정보를 클릭 한번만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공유의 시대를 열어주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수동적인 소비자의 역할에만 국한되어 있던 우리의 고객들은 능동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가치를 창출할 줄 아는 프로슈머(Prosumer)로 진화하였다. 정답은 어쩌면 너무나도 자명하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우리는 앞서 말한 변화들에 뒤쳐지지 않고 최소한 발맞추어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의 제공에 생색내기 보다는, 미처 드러나지 않은 고객의 가치를 개발하고 관리하며 나아가 고객들로 하여금 그들만의 가치를 우리 안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만이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을 주도할 수 있는 길이다. 이를 통해 기업뿐 아니라 고객도 가치 창출에 기여함으로써 기업과 고객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관계를 넘어 공동 참여자가 될 수 있다.
결국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고객가치경영은 가치 창출을 위해 기업만 노력하는 일방적인 경영 체제에서 벗어나, 기업과 고객 모두의 주체성을 바탕으로 서로가 의사 소통하고 상호 보완함으로써 가치 창출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양방향적 경영 체제를 의미한다. 변화하는 시장 상황 앞에서 고객만족경영 체제를 넘어선, 고객을 위한, 고객의, 고객에 의한 가치를 핵심으로 하는 '고객가치경영' 체제는 이미 도래하였다. 롯데 백화점 역시 고객들의 신발소독 서비스, 우천시 주차장에서 고객에게 우산 씌워주기 서비스, 칼갈이와 분갈이 서비스와 백화점 내 소규모 미술 전시관 운영 등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고 그것에 부응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잠시간의 휴식도 용납되지 않는 백화점의 레드오션 시장에서 롯데가 부동의 1위 자리를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서는,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그들을 롯데의 또 하나의 경영자로 인정하며 진정한 고객가치를 전달하는 방안을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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