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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정보서재

경영전략으로서의 능력주의적 인사관리의 문제: 직능자격제도

by 경제시대 2022.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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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전략으로서의 능력주의적 인사관리의 문제: 직능자격제도를 중심으로>>

2022.08.30 - [경영사회시사정보서재] - 경영이란 무엇인가?바람직한 경영자상

 

경영이란 무엇인가?바람직한 경영자상

경영이란 무엇인가? 바람직한 경영자상 ▶ 경영이란? 경영의 사전적 의미 : 재정을 제외한 가계  기업 기타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개별경제의 단위.  경영은 경영학의 연구대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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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문제의 제기

 

 

8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대기업에서는 기업조직의 급속한 성장이 정체, 내지는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기업내 노동시장과 인력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다. 특히 제조업의 대기업들의 경우 노조의 결성은 임금구조, 직제, 인력의 흐름, 그리고 노동통제 등 사노무관리 체제 전반의 재구성을 요구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하였다. 노조의 결성으로 인한 권위적 단순통제 체제의 붕괴, 기업조직의 성장정체로 야기된 사노무관리 체제의 동요로 인해 이에 대응하는 새로운 경영전략의 필요성이 전면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신경영기법이라 불리는 다양한 경 노무관리 개념들이 자주 거론되기 시작한 것도 87년 이후부터라고 볼 수 있다. ‘기업문화의 강화’, ‘일본식 경영기법의 도입’, ‘자동화 합리화를 통한 인력절감’, ‘사노무관리 조직의 강화등이 87년 이후부터 경영전략 차원에서 모색되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대기업에서는 87년 이전의 작업장 통제의 한계를 벗어난 새로운 경영전략들이 드러나기 시작하였다.

 

이와 같은 기업의 새로운 경영전략들 중 가장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이른바 능력주의적 사노무관리 체제의 도입 움직임이며, 이를 추진하고 촉진하는 핵심적인 수단이 직능자격제도라 할 수 있다. 능력주의적 인사관리는 단순히 몇 가지 제도적 장치들의 도입을 넘어서 사노무관리 체제 전반의 재편을 겨냥한 장기적인 경영전략 차원에서 주요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도입이 모색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능력주의적 인사관리제도가 노조의 참여나 적극적인 개입이 없이 기업의 일방적인 주도로 진행될 경우 이는 결국 생산현장에 대한 기업 측의 통제력만을 일방적으로 강화하고, 궁극적으로는 노조의 조직력과 교섭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인사관리 체제의 개편에 대한 노조의 대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노조의 교섭력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현상은 이미 능력주의적 인사관리 제도를 도입한 국내의 몇몇 기업에서 드러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직능자격제를 중심으로 도입된 능력주의적 인사관리는 과거 연공제를 중심으로 편성된 사노무관리 체제를 오늘날과 같은 일본식의 능력주의적 인사관리로 전화함에 있어서 중요한 수단으로 작용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일본의 대기업에서 직능자격제도를 중심으로 능력주의적 인사관리 체제가 정착되는 과정을 살펴본 이후, 한국의 대기업에서 87년 이후 새로운 사노무관리 체제가 도입되는 과정 그리고, 이것이 대기업의 노사관계와 노동통제에 대해 미치는 영향을 직능자격제도의 도입 움직임과 그 효과에 대한 검토를 통해 파악해 보도록 보도록 하겠다.

 

 

II. 능력주의적 인사관리로서의 직능자격제도: 일본의 경우

 

 

1. 직능자격제도란?

 

 

능력주의적 인사관리의 요체는 직능자격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직능자격제도는 일본의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른바 연공서열적 인사관리에 의해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제거하고, 능력주의의 원칙 하에서 노동력 관리체제를 재편하는 핵심적인 제도적 장치라고 말할 수 있다. 오늘날 이 직능자격제도는 이른바 일본적 능력주의를 운용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볼 때 직능자격제도는 노동자들의 승진체계를 이원화하여 기존의 직위 중심의 승진구조 (예컨대 조장 반장)에 노동자들의 직무수행능력에 따른 새로운 승격체계를 추가함으로써 직위의 승진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에도 새로운 승격체계에 의해 급여보상을 실시하는 인사제도라고 할 수 있다.

 

 

<1> 자격과 직제와의 대응관계: 포항제철의 사례

 

<직급> <직위> <직능자격등급>

1



  부소장 기 성   보좌직
  부 장   관리직
2



  차 장 기성보   부관리직
  과 장   총괄직
3



   

































  주무직
    주사직
4



    지사직
      기 원
5
       

 

 

<1> 은 현재 포항제철에서 운용하고 있는 직능자격제도에 의한 승진체계를 보여주고 있다. 위의 승진체계를 보면 기존의 직위에 의한 승진체계와 더불어 직능자격등급이라는 새로운 승격체계가 설정되어 있으며, 생산직 노동자들은 직위에 의한 승진이 없을 경우에도 자격에 의한 승격이 가능하도록 승진체계를 설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내용적인 측면에서 이 제도는 인사고과, 승진, 급여, 교육훈련 등 기존의 노무관리 체계 전반에 걸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직능자격제도의 핵심적인 내용들을 간략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노동자들의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평가에 기초한 직능자격을 단순한 경칭으로 보지 않고, 사내처우서열 내지는 질서서열의 기축으로 한다. 즉 이 직능자격을 임금은 물론, 퇴직금, 여비규정 등의 설정기준으로 함과 아울러 사원명칭, 의식예전의 서열 및 사내에의 서열을 요하는 제반 사항들에 관해 기존의 위계체계 보다 우선시 한다.

 

둘째, 자격의 설정은 철저한 직무분석을 전제로 명확한 직무수행능력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이에 따라 직무수행능력의 판정기준을 명확히 하고, 승격에 필요한 자격을 노동자 개인의 능력을 중심으로, 여기에 연공적 요소를 약간 가미한다. 연공적 요소는 초기에는 약간 많이 하지만, 점차 그 비중을 축소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능력주의적 요소를 인사, 노무관리의 지배적인 원리로 편성한다.

 

셋째, 승급과 승진에 명확하고 철저한 인사고과를 적용한다. 능력주의를 합리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인사평정시스템이 명확히 설정되어 이를 중심으로 엄격한 인사고과를 실시해서, 자격제도가 형식적으로 흘러 연공적인 것으로 되는 것을 막는다.

 

넷째, 철저한 직무분석에 기초하여 인사고과를 통한 승격심사자격제도운영의 핵심적 요소가 된다. 이것이 분명하고 엄밀하게 되지 않을 때 연공서열적 자격제도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철저한 직무분석에 기초한 자격격부기준의 명확화와 인사평정시스탬의 확립이 요구되는 것이다.

 

다섯째, 자격을 처우서열, 질서서열의 기본으로 삼는다. 자격의 임용은 기존의 승진체계 이상으로 엄격히 운영한다.

 

이와 같은 기본원칙 하에서 도입이 추진되어 온 직능자격제도는 기업 측의 입장에서 볼 때 과거 연공주의에 기초한 사노무관리의 형식화에 대해 종업원의 능력에 대한 철저한 고과와 기업의 요구에 부응하는 인간상을 선발한다는 노무관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 직능자격제도에 의거한 능력주의적 관리가 기업의 노무관리적 요구에 적절히 부응하고 있다는 것은 이른바 능력에 대한 규정에서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능력이란 결국 기업이 기대하는 직무수행능력 바로 그것이며, 바로 이 기업의 기대상이야말로 능력기준인사의 능력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규정에 입각해 볼 때 능력주의적 인사관리 하에서 노동자들의 능력에 대한 평가는 결국 개별 노동자들이 조직의 요구에 얼마나 순응하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며, 기업사회에 대한 순응의 정도가 종업원의 능력에 다름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직능자격제도의 바로 이와 같은 성격 때문에 기업 측은 직능자격제도야말로 기업이 추구하는 노동합리화의 요구를 실현하는 수단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은 직능자격제도라는 통제수단이 없을 경우 기업경영의 효율성 달성이 어려울 뿐 아니라 경영체질의 강화를 기대할 수 없다고 까지 주장한다.

 

일본기업의 경우 직능자격제도는 60년대 중반부터 도입이 모색되기 시작하여 오일쇼크를 계기로 인사노무관리에 있어서 전통적인 연공서열제를 대신하는 인사관리 제도로 확고히 자리잡게 되었다. 일본경제인연합회에서 69년에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일본기업에서는 이미 이 시기에 종업원질서체계가 구미적인 직계제는 감소하고 (18 16%) 일본적 자격제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격제도 가운데에서도 특히 연공적 자격제가 감소하고 (38 33%), 능력적 자격제의 증가가 (30 45%) 현저하게 나타났다. 이렇게 볼 때 직능자격제도는 일본식 능력주의의 한 지주로서 확고히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기업에서 직능자격제를 운용하는 중요한 원리는 과거의 집단적, 위계적관리로부터 개인별, 코스별관리로의 이행이라는 성격을 지닌다. 이 제도의 도입을 강력히 추진한 일본경제인연합회는 이러한 관리방식이야말로 노동자들의 지적 능력을 최대한 동원하면서 노동자들을 집단이 아닌 개인으로서 기업조직에 포섭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의 고령화와 기술혁신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종업원들의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할 뿐만 아니라, 다능공화를 추진해야 했던 일본기업에서는 직능자격제도야말로 인사적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노동력의 효과적인 기업내 통합을 추진하는 절묘한 해결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노조의 입장에서 이 제도의 핵심적인 문제는 철저한 직무분석과 인사고과의 강화를 통한 경영권력의 강화에 있다. 직능자격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노동자 개개인의 직무에 대한 철저한 파악과 이를 기초로 한 인사고과 시스템의 개발이 중요하기 때문인 것이다. 노조 측에서 볼 때 이와 같은 능력주의적 인사관리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능력주의적 인사관리는 필연적으로 노동자간 경쟁을 격화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 노동강도를 강화할 우려가 충분히 있다. 직능자격제도를 수단으로 한 능력주의, 실적주의는 소수정예에 초점을 두게 되어 직원들 간의 차별의식과 분파주의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원간 경쟁은 직장내 노동자들 간의 수평적 인간관계를 파괴하고, 노동자들 상호간의 경쟁을 극도로 심화시킴으로써, 극단적으로 갈 경우 직장의 모든 동료들이 경쟁자로 변해 버리고,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동자들은 기업의 노무관리에 순응할 수밖에 없는 삭막한 직장’, ‘강화된 노동강도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둘째, 기업의 인사고과권의 강화로 인한 인사예속의 심화와 노동자 개개인의 기업사회에로의 예속현상을 들 수 있다. 직능자격제도의 실시를 위해서는 직무분석과 인사평가 시스템의 철저화가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되는 바, 결국 노동자들의 승진체계 운용에 인사고과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기업의 통제체제에의 예속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셋째, 분할통치로 인한 노조의 약화를 들 수 있다. 능력주의적 인사관리는 기존의 직제구조에 더하여 새로운 직무사다리를 추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노동자들 내부의 층화현상을 더욱 심화함으로써 노동자들 내부의 이질화와 계층화를 강화할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노동자들 간의 경쟁의 격화와 함께 직제에 의한 계층적 서열화 현상이 강화됨으로써 결국 노조를 중심으로 한 노동자들의 수평적 단결력이 크게 약화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조직내의 계층간, 개인간 분열을 통해 노조의 단결력 약화로 귀결될 가능성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 때문에 직능자격제도의 도입은 많은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문제점들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문제점들에 대한 철저한 대책이 없이 이 제도가 기업의 일방적 주도로 시행될 경우 이것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막기 힘든 상황을 초래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2. 일본기업에서의 적용과정

 

 

일본기업에서의 사노무관리는 70년대 오일쇼크를 기점으로 연공서열체제에서 탈피한 능력주의적 체제로 이행하였다. 능력주의 체제의 중추는 능력주의적 자격제도로 이미 대기업에서 정착되었다. 전통적인 일본기업의 고용구조는 기본적으로 기업폐쇄적 노동시장에 기반한 종신고용과 연공제롤 토대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일본의 대기업에서 종신고용의 범위에 포함되는 인원층은 상대적 비중이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으며, 대기업 내에서도 기업내 노동시장의 편성원리는 연공제로부터 능력주의로 이행해 왔다. 일본기업의 인사관리가 연공인사에서 능력주의로 전환이 확실히 이루어진 시점은 75년 무렵이었다. 연공적 인사체제에서 능력주의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이후 일본기업에서는 능력주의에 의거한 치밀한 직군관리 정책이 추진되어 왔다.

 

직능자격제도는 이와 같은 전환을 촉진시킨 핵심적인 제도적 수단이었다. 일본의 기업들은 직능자격제도가 일본 특유의 노사관계를 살리면서 종신고용을 전제로 일본적 능력주의로 나아가는 인사관리상의 수단이 된다는 강력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와 같은 직능자격제도는 이 제도의 도입 초기에는 연공제의 결점과 심각한 인사적체 현상을 보완하는 제도로 활용되었으나 점차 개인의 직무수행능력을 중시하는 자격제도가 서서히 그 비중을 높이면서 현재 자격제도라고 할 경우 이는 직무수행능력을 중심으로 하는 직능자격제도를 의미하게 되었다. 그리고 고임금, 고령화, 고학력화와 더불어 80년대 이후 자격제도를 대폭 수정하여 완전한 능력주의로 전환한 회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림 2> 연공제로부터 능력주의로의 사노무관리 좌표축의 이동

능력주의
성과중심


󰠐
󰠐
󰠐 변화의 방향
󰠐 ↖
󰠐
󰠐
󰠐
󰠌󰠏󰠏󰠏󰠏󰠏󰠏󰠏󰠏󰠏󰠏󰠏󰠏󰠏󰠏󰠏󰠏󰠏󰠏󰠏󰠏󰠏󰠏󰠏󰠏󰠏󰠏󰠏󰠏󰠏󰠏󰠏󰠏󰠏󰠏󰠏󰠏󰠏󰠏󰠏󰠏󰠏󰠏󰠏󰠏
연공주의
근속중심

 

 

이처럼 일본의 경우 직능자격제도는 도입의 초기단계에서는 능력보다는 연공적 요소가 더 중요한 비중을 점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능력주의적 요소의 비중이 강화되고 결국 능력주의로 정착되는 과정을 밟는다. 따라서 초기 도입의 단계에서는 능력주의보다는 연공적 요소를 강화함으로써 이것이 승진정체의 해소와 생활의 안정이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얼마간 수용하는 듯한 효과를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결국 시간이 흐르고 직능자격제도가 기업의 사노무관리 편성의 기본 원칙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노무관리의 기본 원리 자체가 바뀌었던 것이다. <그림 2>는 일본의 대기업에서 직능자격제도가 변모한 방향을 보여주고 있다. 위의 그림에 의하면 직능자격제도는 초기 단계에서는 연공적 요소가 지배적인 경향을 보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능력주의적 요소가 지배적인 방향으로 좌표축이 이동하는 경향을 확연히 볼 수 있다.

 

일본기업에서 직능자격제도의 정착과정은 단순한 제도적 정비의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 장기적인 경영전략으로서의 능력주의의 도입과 확산, 정착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결국 철저한 직무분석에 기초한 기업의 인사권을 강화하고, 기업조직을 중심으로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일종의 헤게모니적지배구조를 구축해 나아가는 과정에 다름 아니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일본기업에서 직능자격제도를 중심으로 한 능력주의적 인사관리가 노동자 개인뿐만 아니라 노사관계 전반에 대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다만 여기에서 잠정적으로 이것이 기존에 존재하는 내부노동시장체제뿐만 아니라 철저한 인사고과에 의한 기업의 작업장통제를 강화함에 있어서 결정적으로 기여했음은 익히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직능자격제도를 통한 능력주의적 인사관리가 노사합의의 원칙 하에 시행되었다고는 하나, 결국 기업의 인사권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함으로써 노조의 조직력을 상대적으로 약화시켰을 가능성은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

 

 

III. 한국기업에서의 능력주의적 노무관리의 도입을 위한 시도

 

 

1. 논의의 배경

 

 

한국의 경우 능력주의적 인사관리의 도입 움직임은 80년대 중반부터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초기 단계에서는 주로 생산직보다는 사무 . 관리직을 중심으로 승진적체의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신인사제도로서의 직능자격제도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었다. 직능자격제도의 도입문제를 노사교섭의 차원에서 처음 제기한 것은 시중은행들이었다. 시중은행에서 이 문제가 처음 거론된 것은 다음의 몇 가지 배경적 요인들이 작용하였다.

 

첫째, 경제적 환경의 변화이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주로 70년대의 고성장기에 대규모의 신규노동력을 충원하였다. 이 시기에 대기업의 내부노동시장은 다채용, 다이직, 다승진의 패턴을 보이고 있었으며, 기업내 노동력의 구성도 피라미드 형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80년대의 저성장기로 접어들면서 기업의 채용정책은 소채용, 소승진, 소이직의 패턴으로 바뀌었으며, 또한 조직규모의 팽창속도 역시 현저히 줄어들었고, 기업보직은 급속한 성장기에서 안정기로 접어들었다. 조직적 환경의 이와 같은 변화로 인해 조직의 성장기에 대규모로 유입된 인력들의 승진기회가 급속히 감소함으로써 중간관리층이 급속히 비대화하고, 이것이 기업의 연령팽창과 인사적체를 가속화하게 되었다. 이에 다른 당연한 귀결로 과거 고성장기에 대규모로 유입된 인력의 승진정체에 대한 불만이 급속히 증대하게 되었다.

 

둘째, 사회적 환경의 변화이다. 8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대기업의 노동력은 급속한 고학력화 현상을 보이게 되었으며, 특히 은행권의 경우 남녀고용평등법의 발효와 더불어 고용 및 승진기회의 확대에 대한 요구가 증대하게 되었다. 기업 측은 평등한 직장의 건설에 대한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응할 필요성이 있었으며, 이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새로운 자격제도가 모색되었다.

 

셋째, 기술적 환경의 변화이다. 주지하는 바 컴퓨터의 도입과 자동화의 확대는 노동자들에게 요구되는 기술의 내용과 직무영역에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였다. 이에 따라 한편에서는 노동자들의 탈숙련화가 가속화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급속한 기술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양성의 필요성이 적극적으로 제기되었다. 기업 측은 신기술의 도입을 통해 한편으로는 노동과정의 합리화를 철저히 추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은행업무의 고도화에 요구되는 일련의 새로운 직무의 영역들, 특히 전문직’, ‘종합직등으로 표현되는 직제층에 대한 효율적 관리의 필요성이 증대하게 되었다.

 

넷째, 노사관계의 변화이다. 87년 이후 한국의 대기업에서는 기존의 권위적 단순통제에 의존하는 작업장 통제구조가 급속하게 붕괴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또한 노조의 결성은 생산현장 내부에서 기업의 인사고과를 중심으로 한 작업장 통제체제에 대한 새로운 대응권력의 형성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기업의 일방적인 통제에 대응해서 노조를 중심으로 새로운 요구들을 제기하게 되었고, 노조운동의 활성화는 노동통제의 위기를 초래하였다. 결국 이른바 통제의 위기에 대한 경영전략 차원의 대응으로서 신인사제도’, 혹은 직능자격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한국에서 직능자격제도의 필요성이 제기되게 된 배경에는 이와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기업 측은 직능자격제도를 중심으로 한 능력주의적 인사관리가 노동통제의 위기에 대한 장기적 대응의 차원에서 연공주의의 장점을 보완하면서 직위부족현상을 해소하고, 기업주도의 사노무관리 체제 확립의 적절한 수단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반해 노조 측은 이에 대한 적절한 대안이나 적극적인 대응정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2. 금융 및 제조업의 도입움직임에 대한 검토

 

 

한국의 경우 직능자격제도의 도입을 처음 제기한 업종은 은행권이었다. 특히 금융업에서는 노조 측에서도 일부 직능자격제도의 도입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기업 측의 경우 일본의 사례를 그대로 도입하기 위해 오래 전부터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왔으며, 이를 신인사제도안으로 만들어 언제라도 실시할 준비를 갖춘 상태에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시행은 미루고 있다. 현재까지의 상황을 볼 때 기업 측은 분위기가 성숙될 경우 언제라고 직능자격제도를 실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금융업의 경우 인사제도의 개편을 처음 적극적으로 제기한 측은 노조였다. 그러나 노조의 요구는 현재의 심각한 인사적체 해소방안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뿐, 직능자격제도가 본격적으로 실시될 경우 이 제도가 조직 전반에 미칠 장/단기적인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철저한 분석을 결여하고 있다. 실제로 이 제도에 대한 노조 측의 대응을 보면 분명한 원칙이 설정되어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정책대단을 마련할 수 있는 전문적인 역량이 극히 취약한 상태에 있다. 이와 같은 문제들로 인해 금융권에서 직능자격제도에 대한 논의의 주도권은 실제로는 기업 측이 쥐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노조는 다만 이에 대한 소극적인 문제 제기만을 하고 있을 뿐이다.

 

제조업의 경우 직능자격제도를 가장 체계적으로 도입한 사례로 포항제철을 들 수 있다. 포항제철의 경우 기업 측은 904월부터 노사합의에 의해 새로운 직제에 따른 인사관리를 이미 시작하고 있으며, 시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계속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포항제철에서는 노조가 직제개편에 합의한 이후 내부노동시장과 직제, 그리고 인사관리에 의한 기업의 생산현장에 대한 지배력이 더욱 강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노조의 조직역량이 거의 무력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일방적인 주도에 의한 능력주의적 인사관리에로의 전환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직급체계를 개선할 당시 포항제철의 직급체계 합동추진반에서는 직능자격제도의 목적과 의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직능자격제도는 직위와 별도의 직계 또는 자격을 설정 운영함으로써 POST 부족에 의한 승진정체의 불만을 직계 또는 자격승격으로 일부 해소할 수 있는 대안 을 모색하고, 직무급제도을 직능급제도로 전환하여 개인의 직능향상을 정밀히 평가하고 이에 대한 보상의 차등화로 직원의 다기능화 및 직무수행능력 고도화를 유도하여 인건비 상승요인에 대응하게 된 데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 내용 중에서는 철저한 직무분석과 인사고과가 이 제도의 실시를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는 점에 대한 언급이 없다. 실제로 회사측의 보고서에서는 이 제도의 실시에 있어서 인사고과 체계의 확립과, 인사고과의 결과를 급여체계, 승진체계, 교육훈련 등 노무관리 전반의 평가체계와 연계시키는 것이 절대적인 조건임이 누누이 강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회사측의 보고서에서는 직능자격제도와 급여체계의 연관성, 그리고 이 제도의 향후 전개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직능자격제도의 실시를 위해서는 임금구조 자체도 전반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우선 기존의 임금체계가 직무급, 혹은 성과급이나 연공급 중심에서 직능급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직급체계 개선으로 인한 급여구성의 변화는 고과에 의한 급여와 연공에 의한 급여로 분리할 수 있다. 포항제철의 급여구성은 일본에 비해 고과에 의한 급여의 비중이 낮은 편이며, 직능급의 경우에도 고과에 의한 급여의 비중이 낮다. (비고과급와 고과급의 구성비는 75% : 25%로 나타남). 그러나 향후 종업원들의 급여를 고과급 중심으로 재편해 감으로써 일본의 임금체계와 수렴되게 만들어 가야 한다.”

 

이와 같은 능력주의적 평가 및 보상체계는 결국 노동자들을 집단으로서 보다는 개개인에 초점을 둔 인사제도로의 이행을 의미한다. 이미 기업 측은 이 직능자격제도를 더욱 고도화시켜 한국적 능력주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 개발하려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한국의 실정에 적합한 직능평가제도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 평가체계가 완성될 경우 노동자들은 노조에 의한 단체교섭이 아닌 종업원 개개인에 대한 기업 측의 일방적인 인사고과 체계에 따라 능력의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이 결과를 근거로 노동자들에 대한 급여와 승진, 인사, 배치전환 등 노동력의 철저한 관리체계가 구축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특히 직원 개개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직능평가체계는 직능자격제도의 수립과 직능급의 운영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참고로 포항제철에서 설정하고 있는 직능평가와 인사처우, 급여, 전보, 교육훈련 등과의 관계를 보면 <2> 와 같다.

 

 

<2> 직능평가와 인사고과와의 관계

󰠆󰠏 승급 : 근무성적 하위 30% 응시대상 제외
󰠆󰠏󰠏󰠏󰠏󰠏󰠏󰠏󰠏󰠏󰠈 󰠉󰠏 정기승호: 극히 불량자 1회 누락
󰠐근무평정 󰠉󰠏󰠏󰠏󰠏󰠏󰠏󰠏󰠊󰠏 보임 : 근무성적 우수자
󰠌󰠏󰠏󰠏󰠏󰠏󰠏󰠏󰠏󰠏󰠎 󰠉󰠏 유학 : 최근 4회 평균 전사 평균이상
󰠌󰠏 상여 : 전체서열 5% 이내 20% 증액
: 전체서열 10% 이내 10% 증액
󰠆󰠏󰠏󰠏󰠏󰠏󰠏󰠏󰠏󰠏󰠈 󰠆󰠏 승격 : 일정점수 미달자 승격 불가
󰠐직능평가 󰠉󰠏󰠏󰠏󰠏󰠏󰠏󰠏󰠊󰠏 승점 : 연간 취득점수에 의거 직능가급증가
󰠌󰠏󰠏󰠏󰠏󰠏󰠏󰠏󰠏󰠏󰠎 󰠌󰠏 보임 : 직능평가우수자

 

포항제철의 경우 기업 측은 직능자격제도의 도입 이후 직급체계를 효율성과 노사협력 증대의 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직능자격기준을 기초로 사원 개개인의 직무수행능력의 정도를 파악하는 직능평가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인식 하에 직능평가제도를 통해 사원 개개인의 직무수행능력을 평가한 다음, 이 결과를 직능점 산정에 반영하고, 승격기준으로 활용하고, 교육훈련체계의 수정보완에 활용함으로써 이를 인사, 노무관리 체계의 운영 전반과 연계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한 향후 직능평가체계의 운용에 대해서도 기업 측은 이 제도가 단기적으로는 첫째, 능력개발을 촉진할 수 있도록 인사평가제도를 확립하고, 둘째, 직무수행능력기준을 평가요소로 반영함으로써 다능인력의 양상과 인력의 합리화를 촉진하고, 셋째, 직능점 관리를 보다 객관적으로 수행함으로써 탈연공임금제도를 유도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다.

 

<3> 직능평가체계와 직능자격제도의 장단기적 발전방향

 

(단기적 설계방향) (장기적 설계방향)

직무수행
능력평가
결과
직능점 산정
승격기준활용
교육훈련체계 반영
  능력개발
다능인력
탈연공 임금제도
생산성 확대
성력화

 

기업 측의 자료에 의하면 이와 같은 능력주의적 인사고과가 향후 노조와의 교섭과정에서 어떠한 방향에서 활용되어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그 기본방향을 정리하고 있다. 포항제철의 경우 기업 측은 향후 임급교섭시에도 급여인상요인을 직능가급에 반영하여 고과급분을 확대하도록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또한 새로운 인사체계의 형성과정에서는 기업의 전략적 고려가 노조와의 타협 과정에서 기존의 좌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형식적이고 외양적인 변신으로 그 기대효과를 달성할 수 없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포철측은 향후 직제의 개편 방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첫째, 인사체계의 적용기준을 연공에서 직능 및 직무기준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지속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직능에 의한 인사운영의 영역이 확대되어야 한다.

둘째, 이를 위해서는 직능기준이 급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셋째, 향후 임금교섭에서 노조 측은 도리어 급여의 연공성을 더욱 강하게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이에 대한 대응이 요구된다.

넷째, 향후 수평적인 코스별 관리체계를 발전시켜 나아가야 한다.

다섯째, 향후 근속년수에 따라 직무수행능력이 향상되도록 직능자격제도가 촉매 역할을 하는 종합적 인사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포항제철에서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실시되고 있는 직능자격제도는 한국의 다른 대기업에서도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인천제철에서도 최근 이 제도를 도입하여 실시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경단협, 경영자총협회, 전경련 등 자본가 단체들에서도 각종 보고서들을 통해 직능자격제도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권고하고 있다. 대기업들은 이 제도가 성공할 경우 87년 이후 이완된 노동통제를 강화함으로써 경영권력의 위상을 높이는 결정적인 중요성을 지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또한 이 제도가 본격적으로 정착될 경우 기업 측은 인사고과를 강화함과 더불어 합법적인 배치전환, 노동력 이용의 철저한 합리화를 추진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을 갖게 된다고 볼 수 있다.

 

능력주의적 인사관리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 제도가 결국 노동자간 경쟁의 격화를 초래함으로써 노동자의식의 개인주의화 경향과, 노동소외를 강화하고, 기업사회에 대한 노동자들의 통합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라고 볼 수 있다. 만약 직제의 개편에 대해 노조가 별다른 대응의 원칙이 없이 기업의 의도대로 끌려갈 경우 기업 측은 합법적인 규칙, 합의된 규칙에 따라 노무관리를 확고히 할 수 있는 수단을 갖게 됨을 의미하며, 노조가 별다른 대안 없이 이를 쉽게 합의해 줄 경우 결국 합의에 의한규칙의 형성을 통해 기업의 헤게모니적 지배를 정당화할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문제 때문에 직능자격제도와 능력주의적 인사관리를 중심으로 한 기업의 신경영전략에 대한 노조 차원의 적극적인 대안들이 모색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영전략으로서의 능력우의적 인사관리의 직능자격제도

 

IV. 능력주의적에 대한 대응

 

 

능력주의적 관리전략에 대한 노조 차원의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그 대안의 마련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이 제도에 대한 평가는 노동자들에 따라 매우 상이하게 나타난다. 상당수의 노동자들은 실제로 이 제도의 도입을 원하고 있으며, 젊은 층의 고학력자일 수록 그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노조의 접근은 대단히 신중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으며, 분명한 원칙의 전제 위에서 장기적인 대응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직제개편과 관련, 그간의 국내외 사례들에 대한 검토를 통해 직제개편 문제에 대한 몇 가지 대응의 원칙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가 가능할 것이다.

 

능력주의적 인사관리에 대한 노조의 대응은 생산현장의 민주화’, ‘노동의 인간화’, ‘노동자들의 자주적 참여라는 세 원칙에 의거해서 정책대안들이 모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직제의 개편이 이와 같은 원칙에 의거하지 않고 기업의 일방적인 주도에 의해 실시되거나, 노동조합이 이에 대해 수동적 묵인 혹은 방관적 자세로 일관할 경우 이는 결국 작업현장에 대한 기업의 더 한층 고도화된 지배력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결과만을 낳을 것이다.

 

이와 관련 노조 측은 우선 노조 자체 차원에서 이 문제를 장기적으로 연구하고 정책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조직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노동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조합내 계층간 이해대립을 최소화하고, 최대한의 공약수를 민주적으로 도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노조 역시 제한된 역량이나마 직제문제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과학적 분석, 그리고 국내외 사례들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에 기초하여 책임성있는 정책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우리는 특히 서구에서 노조가 제기했던 노동의 인간화 프로그램, 작업현장의 제반 문제들에 대해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발언함으로써 생산현장을 민주화, 인간화하려고 노력했던 많은 선진적인 경험들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이윤의 원칙이 아닌 노동자의 자주적 참여에 의한 노동의 인간화라는 원칙이 노조의 중요한 지침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기업 측이 새로운 인사제도와 직제의 개편을 보는 입장은 명백하다. 그것은 결국 기업내 인력의 효과적인 조직화를 통해 최대한 이윤을 창출하고 작업장에 대한 기업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산성과 이윤의 증대에 기여할 경우에만 고려의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노조는 생산성과 이윤의 논리가 결코 인간적 욕구를 대체할 수 없으며, 이는 인간화의 요구 속에서만 고려되어야 함을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직제의 문제는 경우에 따라 노조 내의 다양한 성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문제일 수 있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자신의 부서, 자신의 지위에 국한된 배타적 이기주의를 탈피할 필요가 있으며, 전체 조합원들의 총의를 위해 자기집단에 국한된 집단이기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이와 같은 원칙들을 지키면서 노조 차원의 새로운 대안들을 모색하게 될 때 직제의 개편은 도리어 직장의 인간화, 민주화를 이룩하면서 노동자들의 단결력을 높이고, 노조의 힘을 키워 가는 중요한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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