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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정보서재

80년대 후반 한국노동조합의 조직적 성격과 발전과제

by 경제시대 2022.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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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후반 한국노동조합의 조직적 성격과 발전과제>>

I. 머리말

80년대 후반 한국사회의 급격한 변화들 중의 하나는 노동조합의 조직확대와 활발한 활동이다. 그러나 자주적인 노조조직의 역사적 경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에서 노조조직의 구조와 구체적인 활동의 성격에 대한 연구는 대단히 적다.그러나 전반적으로 조직 자체에 초점을 두고 노동조합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접근한 연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노조의 조직구조와 활동에 대한 연구의 빈곤은 성급한 규범적 이론의 적용을 낳았고, 이는 실천적인 운동에 대해서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못하였다.

 

노조조직의 성장은 노동자들의 의사를 단순히 반영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의 정책과 자본의 대노조전략 등 사회세력들간의 관계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으며 이루어지는 역사적 산물이다. 그러므로 노조조직에 대한 이해는 생산현장의 내부적인 조건뿐만 아니라 작업현장의 외부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조건이나,자본의 구체적인 성격이 동시에 검토되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본 논문은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80년대 후반 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의 조직구조와 활동의 차이를 결정짓는 주요한 요인들을 밝혀 보고자 한다.

 

노동조합의 구조와 활동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은 주로 구조적인 접근에 의해 이루어져 왔다. 이 접근은 노동조합의 내적인 구조는 비공식적 작업집단’, 생산조직 내에서의 업무와 일의 동질성, 기업의 규모, 조직의 임금제도 등과 같은 구조적인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다. (Gordon,1981) 우리가 제시하고자 하는 새로운 접근은 전략적 선택이론이다. 전략적 선택이론은 노동조합의 활동이나 조직구조가 특정한 제약 하에서 특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취해진 전략선택의 결과라고 보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구조적인 제약 속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주체의 전략적인 선택의 차이에 의해서 노동조합의 활동이나 조직의 성격은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노조들간에 나타나고 있는 차이들도 이러한 제약된 선택(constrained choice)의 산물로 이해될 수 있다고 본다. 전략적 선택론은 구조적 접근이 간과하고 있는 정치, 경제, 기술적 제약 등을 노조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로 이론화하고, 이를 제약과 전략간의 역동적 관계 속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우리는 이와 같은 전략적 선택의 관점에서 한국사회의 80년대 노동조합의 구조와 활동의 문제를 논의하고자 한다. 한국사회에서 노조운동의 구체적인 제약조건은 생산의 정치(politics of production), ‘생산내 정치’(politics in production) 속에서 형성, 구조화되는 자본과 노동간의 관계이다. 여기에서 생산의 정치라 함은 생산과 분배의 문제를 둘러싼 계급간의 사회적 관계의 생산과 재생산을 의미하며, 생산내 정치라 함은 생산조직 내에서 사회적 관계의 생산과 재생산을 의미한다.

 

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우리나라의 노동조합들은 그 이전과는 비교적 뚜렷이 구분되는 새로운 흐름들을 만들어 나아가고 있다. 조직운동의 이와 같은 새로운 흐름들은 노동조합이라는 조직을 둘러싼 사회세력들간의 관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우리나라의 노동조합들이 보여주고 있는 조직구조와 활동의 차이는 생산의 정치와 생산내 정치의 제약 속에서 개별 조합들이 주체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새로운 전략적 선택의 집합적이며, 거시적인 결과로 파악되어야 한다.

 

 

II. 노동조합의 조직과 활동에 대한 개관 및 이론적 논의

1. 새로운 연대운동과 발전과 기업별조합의 문제

87년부터 89년에 이르는 짧은 기간 동안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운동은 그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의 빠른 성장을 거듭해 왔다. 노동조합에 조직화된 노동자들의 수는 8812월 현재 1707천여 명에 달하고 있으며, 89년 이후에도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조합의 조직화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의 조직노동자들의 수는 얼마 안 있어 200여만 명에 근접할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조합 조직의 이러한 양적 성장은 그 내용에 있어서도 그 이전의 시기와는 뚜렷이 구분되는 몇 가지 동태적 특징들을 보여주고 있는데, 우리는 그 변화의 주요한 측면들을 1) 독점 대기업, 그 중에서도 특히 금속산업을 중심으로 한 생산직 노동자들과, 그 계열기업 노동자들의 급격한 조직화 및 노동운동의 활성화, 2) 사무/전문직/교사 등 이른바 화이트칼라 노동조합의 급증, 3) 지역, 업종, 재벌 등 기업내 활동을 넘어서는 노동조합들간의 연대운동의 활성화, 4) 정부투자기관을 비롯한 공공부문에 있어서 노동조합운동의 부분적 성장 등으로 지적할 수 있다.

 

또한 노동조합운동의 급격한 활성화는 조직의 산업적 기반과 운동주체의 측면에서 뿐 아니라, 기업내 활동을 넘어선 새로운 연대운동의 영역을 확대하려는 적극적인 전략적 지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운동을 주도해 왔던 이른바 제도권 조합운동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조직운동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조합운동의 이러한 성장은 국가권력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자본에 종속되어 왔던 우리나라 노동조합의 전통적인 조직구조 자체에도 커다란 변화를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향후 한국자본주의의 축적 체제 전반에 대해서도 중요한 역사적 함의를 지니는 것이다.

877-9월의 폭발적인 노동쟁의 이후 불과 2년여의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조합운동은 이미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되고,자본에 의해 통제된 활동영역을 넘어서는 새로운 전국적 연대조직 결성까지 결성하였다.이와 같은 새로운 조합운동과 연대조직을 향한 움직임은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전투적인 기업별조합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체로 민주노조라 불리는 조합들의 평균규모는 약 222명 정도이며, 이에 반해 제도권조합들의 평균 조합규모는 약 483명 정도로, 상대적으로 독점 부문과 공공부문, 그리고 전통적인 경공업부문의 대규모 사업체들이 다수 포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87년의 노동자대투쟁을 거치면서 대다수의 중화학 부문의 독점대기업 들에도 새로운 연대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조합내 민주파가 광범위하게 조직되어 있고, 또한 실제로 89년에 들어서면서 독점자본의 대규모 사업장 부문에서 이들 조직들의 괄목할 만한 성장이 있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대기업의 조합들이 새로운 연대운동 속에 동참하게 될 가능성은 항상적으로 존재 한다.

 

그러나 새로운 노동조합운동의 이와 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운동은 그 조직의 측면에서 중요한 구조적 문제를 포함하고 있으며,이와 같은 조직적 문제들은 조직이 동원 가능한 권력자원’(power resource) 의 내용을 결정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동조합이 안고 있는 조직구조상의 가장 큰 특징은 거의 모든 조합들이 특정한 기업에 정규로 고용된 생산직,혹은 사무직 노동자들 중심의 단일직종형 기업별조합이라는 점에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별조합은 조직의 내용에 있어서 일본의 그것과는 대단히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으며, 기업내 협조적 노사관계의 물적, 제도적 기반 역시 취약한 편이다. 그리고 기업을 넘어선 연대운동의 지평을 확대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기업별조직의 변화 가능성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별조합은 1)이미 8.15 이후부터 최근까지 오랜 기간 구조화되어 왔다는 점, 2) 기업을 넘어선 연대 운동을 제한하고 노사협조적 기업별조합을 유지하는 것이 국가와 자본의 노동조합에 대한 정책의 주요 기조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조직과 인간 관계의 기본적인 틀이 가까운 시일 내에 변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별조합이 노동자 대중의 계급적 연대에 대해 반드시 역기능적인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 나라처럼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대단히 낮고, 노동조합 내부에 이해관계와 의식상의 편차 및 이해대립의 요소들이 상존하며, 노동조합의 정치참여나 진보적인 계급정당이 불법화된 가운데, 조합운동에 대한 자본과 국가의 태도가 대단히 적대적인 상황에서, 수많은 단위조합들로 조직이 분산되어 버릴 경우 노동조합의 조직역량은 취약성을 면할 수 없게 된다. 결국 기업별로 분산된 조직구조는 낮은 조직률과 노동자 대중의 이해를 대변하는 정당의 결여라는 조건 속에서 노동조합이 동원 가능한 '자원'의 내용들을 크게 약화시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노동조합의 기업별 분산성과 낮은 조직률, 그리고 그 결과로 나타나는 노동운동의 취약성은 노동조합의 정책적 능력을 극도로 제한해 왔으며, 노동운동을 둘러싼 갈등의 수준과 패턴을 방어적이며 수세적인 운동에 머물게 만들었고, 조합운동의 사회, 정치적 책임성을 확대할 수 없게 하였다.또한 분산된 조직은 조직간의 협력과 연대를 어렵게 함으로써 노동자들의 계급적 연대의식의 형성에도 중대한 장애로 작용해 왔다. 결국 이와 같은 조직의 구조적 상황은 노동운동의 권력자원에 대한 한계를 의미하며, 한계가 클 수록 노동운동을 통해서 형성되고 변화 가능한 새로운 사회, 제도적 혁신과 사회세력들간의 권력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던 것이다.

 

87년 이후 새롭게 형성된 연대운동 역시 그 본질에 있어서는 아직도 전투적 기업별조합들간의 초보적인 연대운동의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별조합의 구조적 한계는 단위조합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려운 많은 과제들을 제기하게 되었으며, 어떠한 형태로건 기업을 넘어선 연대전략의 선택을 불가피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공단이라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노동조합들간의 새로운 지역적 연대, 동일한 업종의 조합들이 전국적으로 결합하는 업종별연대, 재벌이라는 고용의 동질성에서 출발하는 재벌그룹별 연대,그리고 동일한 업종의 영세업체 노동자들이 지역적으로 단결하는 업종별 지역노조등은 결국 기업노조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연대운동의 전략적 선택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2. 노동조합의 조직과 활동에 관한 일반적 논의

 

 

1) 설명변수로서의 노동조합:조직에 대한 논의의 빈곤

 

 

노동조합의 조직에 관한 이론은 다른 주제들에 비해 상대적인 저발전의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존의 노동경제학에서 노조는 노동시장내에서 독점적인 영향을 행사하여 시장의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요인으로 파악되어, 노조는 독점지대’(monopoly rent)를 누리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비노조원의 임금에 비해 노조원이 누리는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이 중요한 노조의 효과로 연구되며, 노조의 임금효과나 고용효과가 주된 연구의 대상이었다.(Farber, 1986; Clark, 1984) 노조의 다른 기능에 대한 연구들도 노조가 생산성이나 이윤에 미치는 긍정적,혹은 부정적 효과에 대한 연구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Albert Rees, 1977; Freeman and Medoff, 1984) 즉 대부분의 노동경제학에서는 노조조직 자체가 연구의 대상이 아니라 다른 것을 설명하는 설명변수로서만 사용되고 있다.

 

사회학에서의 조직에 대한 연구들도 노조조직에 관한 연구는 매우 드물다.기존의 연구들이 대체로 노동경제학적 논의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노조에 관련된 연구들도 노조가 설명대상이 아니라 다른 사회현상에 대한 설명변수로서만 인식되었다.(Hyman, 1972; Korpi and Shalev, 1979; Perrone, 1981 ;Jackson, 1987) 또한 노조조직과 활동에 관한 연구들도 사례연구가 지배적이어서 노조의 조직에 대한 이론은 상대적으로 발전되지 않았다. (Korpi, 1978)

 

기존의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의 논의들은 복합적인 정치적 과정 속에서 노조를 이론화하기보다는 원론적으로 노조가 노동자들의 사회주의 의식 형성에 도움이 된다거나 혹은 노조가 노동자들의 사회주의 의식을 약화시킨다거나 하는 등 노조의 이데올로기적 효과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노동조합의 조직과 활동의 차이에 대하여 관심을 두지 않았다. (Gordon, 1981:178) 일반 노동자들과 노조의 행동을 매개하는 노동조합구조와 활동은 연구의 대상이라기 보다는 주어진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구조나 활동을 결정짓는 복합적인 요인들에 대한 논의는 소홀히 되어 왔다. 이것은 노동과정에 대한 연구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브레이버만(Harry Braverman)에 의해서 촉발된 노동과정에 대한 연구들도 노동과정에서의 역학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노동자들의 조직으로서의 노동조합을 체계적으로 다루지 못함으로써 노동조합의 조직과 활동에 대한 기존의 마르크스주의 이론은 저발전의 단계를 크게 면하지 못했다.(Burawoy, 1985)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조합의 조직문제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 나타나고 있는 노동조합 조직률의 급격한 변화나 새로운 국제적인 분업구조 하에서 노동조합의 활동과 관련하여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Offe and Wiesenthal, 1980; Gordon, 1981; Kochan, Katz and Mckersie, 1985; Confield, 1986; Wallerstein, 1989) 비교적 최근에 발전되고 있는 이론적 경향들 중에서 노동조합의 조직이나 활동에 대한 접근은 크게 구조적 접근과 전략적 선택접근으로 구분할 수 있다.

 

 

2) 구조적 접근

 

 

고돈(David Gordon)에 의해서 대변되는 노동조합의 구조와 활동에 대한 구조적 접근은 다음과 같은 노조조직의 구조적 특성이 조직의 구조와 활동에 영향을 미친 다고 보았다. (Gordon, 1981) 첫째로, 노조는 노동자들의 참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조직이므로 일반 노동자들 사이에 존재하는 비공식 조직의 규모나 관계의 강도가 노조의 활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노조 조직의 특성과 행동을 결정한다고 보았다. 둘째, 생산단위 내의 업무의 분화나, 직업의 분화가 크면 클 수록, 일반노조원들의 노조 내의 활동참여가 줄고, 노조조직 내에서의 영향력이 감소한다. 셋째, 비공식 작업집단간의 교류의 정도가 노조내의 일반 조합원들에 의해서 행사되는 형향력을 결정한다. 비공식 작업집단간의 교류가 크면 클 수록, 일반조합원들 사이에 지도자가 형성되기 쉽고,결과적으로 일반조합원들의 요구가 표출되기가 수월해 짐으로써 노조 활동에 참여가 높다는 것이다. 넷째,일반 조합원들의 활동은 임금, 작업조건 등에 관한 태도에 영향을 받으며,또한 태도는 작업장 분화에 영향을 받으며 형성된다.

 

노조의 조직이나 활동은 일반조합원들간의 성격 이외에도 기업의 조직적 특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의 규모가 클 수록,산업의 구성이 동질적일 수록 기업의 관료화가 발전되어 있을 수록,노조의 중앙화(centralism)가 강화된다고 보았다. 또한 일반조합원들의 참여의 정도나 투쟁성도 노조의 중앙화에 영향을 미친다. (Gordon, 1981:201-205) 단체교섭을 가능케 하기 위해서 노조의 구조와 활동은 단체교섭의 대상 기업이나 기업의 크기에 의해서 영향을 받으며, 규모가 크면 클 수록 관료화가 진행되어 중앙화가 이룩된다. 오페와 비젠탈(C. Offe and H. Wiesenthalm, 1980)은 노조의 규모가 커진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노조의 조직원리인 담화적 논리(dialogic)를 약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노조의 규모가 일정한 단위를 넘으면,노조조직의 힘은 약화된다고 보았다. 이는 노조 지도자들에 대한 일반 조합원들과의 의사소통의 약화를 의미하고,결국 일반 조합원들이 약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하게 지불할 의사(willing to pay)에 기초하고 있는 자본가 조직과는 달리 ,노동자 조직은 행동할 의사(winning to act)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행동을 가능케 하기 위한 다양한 이해의 통일을 끊임없이 이루기 위해서 민주적인 조직원리인 담화론적 조직원리가 필요하고,이해의 통일에 기반을 둔 행동할 의사가 조직의 힘을 결정하므로 조직의 규모와 조직의 힘은 일정한 조직의 규모 까지는 정비례하지만,어느 정도 이상의 조직 규모를 넘으면,반비례한다고 보았다.

 

노조조직과 활동에 대한 구조적 접근의 문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노조 문제의 이해와 관련된 문제점은 구조적 접근이 노조운동의 형성기에는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합법적인 노조운동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나타나는 노조에 대한 설명에는 타당하지만,노조운동이 초기 단계의 경우에는 타당하지 않다. 노조운동의 초기 단계에는 조직 내의 요인보다는 조직 외부의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한국의 노조 조직과 활동에 대한 이해는 조직 외적인 요인들-정치적 규제와 자본의 대응 양식의 변화와 이에 따른 조직의 변화를 살펴보아야 한다. 노조조직과 활동은 일정하게 주어진 제약 속에서 이루어지며,제약의 변화는 새로운 노조조직과 활동의 가능성과 현실성을 제공함으로써 노조조직과 활동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노조지도자 들의 노조에 관련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의 변화는 노조활동의 변화를 낳는다. 고돈과 오페 및 비젠탈은 구조의 문제를 생산내 정치 (politics in production)에 한정함으로써 거시적인 정치변화가 가져오는 새로운 게임의 규칙(rules of game)이 노조구조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고 있다. 이것은 노조의 문제를 정태적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자본가와 국가의 대응양식에 대한 논의의 부재는 노동조합을 관계적인(relational) 관점에서 파악하지 않고 주어진 조직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의 조직과 활동에 있어서 상대자인 지배계급의 대응이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고 있다. 노동자들의 이해가 사회적 분업 내의 위치(position)에 의해서 형성되지만, 노동조합의 구조나 활동은 항상 자본가와의 대응에 의해서 영향을 받아 왔다. 노동조합에 대한 자본가들의 대응은 개별 기업의 특성, 산업, 시장점유율, 자본의 규모, 재정능력 등에 의해서 영향을 받으며, 이는 노조의 조직과 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노동조합의 조직내적(within organization) 특성만의 강조는 노동조합이 다른 조직이나 집단과의 관계 속에서 활동한다는 점을 경시하게 된다.

 

 

3) 전략적 선택접근

 

 

여기에서 제시된 전략적 선택이론은 구조적 접근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제기되었다. 전략적 선택이론은 노동조합은 노조 지도자들에 의해서 움직여지는 조직이라는 것을 기본적인 전제로 한다. 그러나 노조 지도자들의 노조활동에 대한 결정은 노조 지도자들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과 자본이나 국가로부터 예상되는 대응을 고려하여 이루어진다고 본다. 노조 지도자들이 동원하는 자원들은 일반 조합원들의 참여이다. 그러므로 동원되는 자원의 양이나 강도는 일반 조합원들의 참여의지의 정도와 관계가 된다. 일반 조합원들의 참여의지가 높다는 것은 노조 지도자들이 동원 가능한 조직적 자원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자들의 노조참여의 정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작업장 밖에서 이루어지며, 역사적으로 구체화된 생산의 사회적 관계를 재생산하기 위한 생산의 정치(politics of production)이다. 자본축적의 방식, 노동자 조직, 합법적인 요구의 내용, 요구의 실현방식 등을 제도 혹은 관행으로 확립하는 것이 생산의 정치이다. 즉 게임의 규칙들(rules of game)을 만들고,강제함으로써 게임에 참여하고 있는 행위자들의 행위에 영향을 미친다. 생산의 정치에서 핵심적인 역할은 국가에 의해 이루어진다. 노동법이나 노동정책을 통하여 국가는 노동조합에 대해서 요구의 제약 (demand constraints), 자원의 제약(resource constraints), 및 절차의 제약(procedual constraints)을 가한다. 국가는 어떠한 요구가 정당한 요구인가를 규정하고, 그러한 요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인가 하는 절차를 구정하며, 또한 집단적으로 요구를 관철시키는 데 필요한 여러 자원의 동원에 제약을 가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는 노동과 자본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규정하는 법적,행정적 역할들을 통해 생산의 정치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국가의 노동입법이나 정책들은 국가의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통하여 실시되기도 하지만, 자본가나 노동자 집단의 요구나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지기도 한다. 그러므로 전체 사회수준에서 자본가들의 조직이나 노동조합의 집단적인 요구들은 내재된 게임의 규칙들의 형성이나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므로 생산의 정치는 국가, 자본(국내, 외국), 노조간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시민사회 내의 사회적 관계를 재생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국가가 가장 강력하게 작업집단 내의 규칙에 영향을 미치지만, 자본의 요구나 노동자들의 투쟁도 사회적 관계 속에 내재된 규칙들을 변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노동조합의 활동이 이루어지는 법적,정치적,행정적 제약 하에서 노조의 활동이 이루어지지만,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활동들은 노동조합 자체의 조직내적 관계와 노조가 속해 있는 기업의 대응 등의 생산내 정치,즉 생산조직 내의 사회적 관계의 생산과 재생산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 노조의 활동이 노조조직이나 지도자들의 선택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조합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조직의 내적인 특징들도 노조들이 선택하는 구체적인 활동에 일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생산내 정치의 중요한 요소들로서는 노조가 내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기업의 성격과 기업내 노조 비율 및 조합원들의 조합활동 참여도 등이 노조 지도자들이 구체적인 노조의 활동을 선택할 때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다. 이것은 기업내의 사회적 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생산조직 내적인 것으로 '생산내 정치'라고 규정될 수 있다. 생산내 정치는 거시적으로는 생산의 정치에 의해 조건 지워지지만,상대적 자율성을 지니고 있으며, 기업의 성격과 노조의 조직적 특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생산의 정치가 게임의 규칙에 관한 것이라면, 생산내 정치는 실질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게임에 관한 것이다.

 

 

 

III. 자료 및 분석

 

 

1. 자료의 성격 개관

 

 

여기에서 사용되는 자료는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연구를 목적으로 수집된 노동조합 실태조사 자료이다. 본 자로는 19896월부터 11월에 걸쳐 면접 및 우편조사를 통해 수집된 105개 노조로 이루어졌다. 896<한국사회연구소>에서 실시한 61개 노조들을 대상으로 한 면접조사와, 같은 해 11월 동일한 설문지를 이용한 우편조사를 통하여 수집된 22개 노조에, 901월에 보완된 22개 노조에 대한 자료를 분석의 대상으로 활용하였다. 한국사회 연구소에서 실시한 면접조사는 주로 외부에서 민주조노라고 부르는 노조들을 주된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노동조합의 일반적인 성격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자료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우편조사는 민주노조라고 부르는 노조와 그렇지 않은 노조들을 모두 포함하였다. 그러므로 조사의 목적은 한국의 노조조직의 평균적 인 실태 파악보다는 노조조직과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들에 대한 인과적 분석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 면접의 대상이나 설문의 작성자는 노조의 간부들이었다. 조사의 대상지역은 한국의 전지역으로 설정되었지만,제주도를 제외한 공단 지역의 노조들을 표본의 대상으로 삼았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자료의 일반적인 특징은 <1>에 제시되어 있다.

 

<1> 자료의 성격

유형별 구분 주요 변수 빈도 %
조합의 설립 시기

87년 이전
87년 이후
26
83
23.9
76.1
직종 생산직
사무직, 기술직
87
22
79.8
20.2
조합의 규모 300인 미만
300-1000
1000인 이상
48
35
26
44.0
32.1
23.9
새로운 전국적
연대조직 운동에
대한 지지
찬성
반대
무응답
81
17
6
82.7
17.4
7.4
단체교섭의
타결권
간부,위원장
일반조합원
기타
51
48
3
50.0
47.1
2.9
합계   105 100.0
 

2. 종속변수의 설정

 

 

설명되어지는 종속변수는 노동조합의 조직과 활동이다. 노동조합의 조직은 조합의 조직활동을 통해서 나타나고 있는 노동조합 내의 활동으로서 재정이나,의사결정과 관련된 조직원리들을 지표로 사용한다. 우리가 노동조합의 조직적 특성을 알아보기 위해 사용하는 두 가지 지표는 단체협약의 최종적인 타결권의 소재민주적 노동 조합들간의 연대운동에 대한 태도이다. 첫번째 지표를 통해서 우리는 조합의 운영과 핵심적인 의사결정의 영역에 대한 일반 조합원들의 영향력과 참여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두번째 지표는 87년 이후 제도권 조합운동의 틀을 넘어서 전개되고 있는 다양한 차원의 새로운 연대운동에의 지지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으로서 노동조합의 대안적 전략선택에 차이를 가져오는 원인을 설명해 보기 위한 것으로 설정되었다.

 

 

3. 독립변수의 설정

 

 

생산의 정치는 노동조합의 설립 당시의 정치사회적 성격에 대한 지표를 통해서 특정화하였다. 구체적으로 노조에 관한 입법을 포함한 정치권력의 성격에 있어서 질적인 변화를 보인 19876월 이전과 이후의 시기를 구분하여 노조의 설립시기를 지표로 사용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조조직 결성당시의 정치적 제약들은 노조의 조직과 활동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설립시기는 간접적인 수준에서나마 노동조합의 성격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87년 이전과 이후는 노동조합을 둘러싼 정치, 제도, 경제적 환경이 크게 변화한 가운데 다수의 신규결성 조합들이 지금까지의 조직운동과는 구분되는 새로운 연대운동의 전략을 스스로 선택하였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러므로 우리는 노조의 조직과 활동원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생산의 정치를 노조의 설립 시기가 19876월 이전인 경우와 19876월 이후인 경우로 구분하였다.

 

자본의 성격에 대한 변수는 조합의 규모를 지표롤 사용하였다. 조합의 규모에 따라 300명 미만, 300 이상 1,000명 미만, 1,000명 이상이라는 세 범주를 구분하였다. 조합의 자본의 성격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기업별조합의 경우 일단 조합이 결성되면 법률’, 혹은 단체협약상가입대상이 아닌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전 종업원이 일괄적으로 가입하고 있기 때문에 조합의 규모는 자본의 성격을 개관함에 있어서 별 무리는 없다고 본다. 이와 함께 자본의 질적인 성격을 파악하기 위해 우리는 산업을 함께 사용하였다. 산업에 따라 자본의 성격도 매우 다르게 나타나며, 업종별 노조들은 대체로 비제조업 분야에서 많이 발견되고 사무직이 지배적인 직업유형이므로 산업에 따른 자본의 분류는 노조 조합원의 성격을 파악하고, 노조의 조직에 대한 자본의 대응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생산내 정치는 생산조직 내에서 이루어지는 노조 지도자와 일반 조합원들 간의 관계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다. 노조 지도자들의 의사결정은 결국 일반 조합원들의 참여의지를 고려하여 이루어짐으로써 노조 지도자들에 대한 신뢰나 적극적 지지는 노조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여기에서는 노조 지도자들에 의해서 평가된 집회나 선거 등과 같은 '조합의 주요 활동들에 대한 일반 조합원들의 참여도(%)'를 기준으로 70% 이상, 40-60%, 40% 미만이라는 세 가지 범주로 구분하였다.

 

 

4. 분석의 결과

 

 

<2>는 조합 내의 조직 면에서 생산의 정치를 나타내고 있는 노조의 결성 시기와 노조 조직활동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2>A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노동조합의 주요한 활동의 하나이자 일반 조합원들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단체협약의 최종 결정권자가 노조의 설립시기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87년 이전에 설립된 노조들의 대다수는 노조 지도부가 단체협약의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87년 이후에 설립된 조합들 중에서도 이를 다시 업종별로 보면,사무직 노조의 경우 대부분의 조합들에서 단체협약이 최종적으로 노조 지도부에 의해서 결정되는 반면(75.0%),생산직 노조들의 경우에는 약 69%의 노조에서 최종적인 단체협약의 타결권이 일반 조합원들에게 이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87년 이전과 이후를 경계로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상에 있어서 대단히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변화의 가장 중요한 내용은 노동조합의 핵심적인 의사결정 과정에 있어서 조합원 대중들의 실질적 참여의 폭과 가능성이 대단히 넓어진 것에서 가장 잘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2> 노조의 설립시기, 노조의 유형, 노조의 규모에 따른 단체협약의 최종 적인 결정권의 분포

 

(단위:,%)

A. 노조의 설립시기
(T)
노조의 유형
(UP)
핵심적인 의사 결정권의 소재
노조 지도부 일반 조합원
1987년 이전 사무직
생산직
4 (100.0)
17 (80.9)
0 (0.0)
4 (19.1)
1987년 이후 사무직
생산직
12 (75.0)
18 (31.0)
4 (25.0)
40 (69.0)
B. 노조의 설립시기
(T)
노조의 규모
(S)
핵심적인 의사결정권의 소재
노조도부 일반조합원
1987년 이전 -300
300 - 999
1,000 +
3 (100.0)
9 (90.0)
9 (75.0)
0 (0.0)
1 (10.0)
3 (25.0)
1987년 이후 - 300
300 - 999
1,000 +
16 (37.2)
8 (34.8)
6 (54.5)
27 (22.8)
15 (65.2)
5 (45.5)

참고:괄호 안은 퍼센트를 나타냄

 

 

<2>B는 최종적인 단체협약안의 결정권을 소재를 노조의 설립시기와 노조의 규모에 따라 구분한 것이다. 여기에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은 노조의 규모에 따른 관료화의 발달 정도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고돈과 오페 및 비젠탈이 제기하고 있는 주장으로서 노조의 규모와 관료화(혹은 중앙화)와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조직의 규모와 단체협약의 최종 타결권의 집중화를 살펴보았다. 먼저,1987년 이전에 설립된 노조들의 경우 노조의 규모와 단체협약의 결정권과의 관계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단체교섭의 타결권은 조합원 대중들의 직접 적인 참여보다는 집행부나 위원장 개인의 권한에 맡겨지는 양상이 지배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반면에 87년 이후에 설립된 조합들의 경우 조합의 주요한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조합의 규모에 관계없이 조합원 대중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크게 신장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아서 노동조합의 규모와 조직의 민주성간에 어떤 유의미한 차이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우리는 노조조직과 활동에 영향을 미친 생산의 정치의 변화를 고려해 볼 때 노동조합의 설립 시기가 대단히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더욱이 1987년 이후에 설립된 노조들의 경우도 노조의 규모와 단체협약 결정권의 소재간의 관계가 오히려 조합의 규모가 클 수록 결정권의 소재가 일반 조합원들에게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 노조의 규모에 따른 조직의 관료화는 적어도 이 자료에 의하면 나타나지 않고 있다.

 

<3>은 노조조직의 민주성과 노조의 규모, 조직의 결성시기, 그리고 업종간의 관계를 대수선형모델을 이용하여 분석한 것으로서 <2>에 제시된 자료에 기초한 분석의 결과이다. <2><3>의 차이는 <2>에서 나타난 결과를 보다 통계적으로 엄밀한 분석을 통하여 현상적으로 보이는 차이가 진정한 차이인지를 알아내기 위한 것이다.

 

 

<3> 대수선형모델을 이용한 노조의 규모, 결성의 시기, 기업규모,

조직의 민주성 간의 관계

모 델 자유도 Scaled Deviance
A. 1. C
2. P + I + UD
3. P + UP + UD + P*UD
4. P + UP + UD + I*UD
5. P + UP + UD + I*UD + P*UD
7
4
3
3
2
90.30
27.24
11.99
18.59
3.35
B. 1. C
2. P + S + UD
3. P + S + UD + P*UD
4. P + S + UD + S*UD
5. P + S + UD + P*UD + S*UD
11
7
6
5
4
75.14
38.48
24.21
34.10
19.84

참고: C 상수, P 노조의 설립시기, I 노조의 업종별 유형, UD 노합운영에 대한 민주적 참여, S 조합의 규모

 

 

<3>A는 노조의 조직시기와 업종별 노조유형과 노조조직의 민주성과의 관계에 관한 대수선형모델이다. 먼저 노조의 설립시기(P)에 따라 핵심적인 의사결정권의 소재(UD)가 유의미하게 달라지는가를 알아보기 위하여 모델 3과 모델 2를 비교하면, 자유도 1의 차이에 축적편차 15.25의 차이를 보임으로써 매우 강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87년 이후에 설립된 노조들일수록 노조의 의사결정권의 소재가 조합원 대중들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노조의 업종별 유형(I)에 따라서도 노조조직의 민주성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모델 4와 모델 2를 비교하면, 자유도 1의 차이(4-3)에 축적편차 8.60(27.24-18.60)으로 사무직보다는 생산직 조합들의 경우에 조합의 운영과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조합원 대중들의 참여가 활발한 편임을 보여주고 있다.

 

<3>B는 노조의 조직규모와 노조의 조직과의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대수선형 분석의 결과이다. 이것은 <2>B에 기초한 것으로 노조의 조직

 

규모 차이에 의해 나타났던 단체협약의 최종타결권 소재의 차이는 유의미한 차이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3>B에서 모델 4와 모델 2를 비교하면,노조의 조직규모와 타결권의 소재의 차이는 유의미한 관계가 없다고 판정할 수 있다. (자유도 7-5=2의 차이에 축적편차 (38.48-34.10=4.37 차이) 이러한 결과는 노조의 조직규모가 커질 수록 노조의 관료화가 진행되어 노조의 의사결정의 집중화가 나타난다는 주장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이유는 1987년 이후에 조직된 대부분의 노조들이 노조의 규모에 관계없이 민주적인 조직원리를 바탕으로 노조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의 새로운 연대운동에 대한 노동조합의 전략적 선택과 관련하여 민주적 노동조합들간의 전국적인 연대조직전노협에 대한 태도를 통해 앞에서 살핀 조합의 설립시기, 조합의 규모,업종에 따른 편차를 살펴보기로 하자. <4>는 노조의 설립시기, 조직규모, 업종별 유형에 따른 새로운 전국적 연대운동에 대한 지지의 분포 상황이다. 이에 대한 태도 역시 조합의 설립시기에 따라 차이를 보이고 있다. 1987년 이전에 설립된 노조들의 51.9 %가 새로운 연대운동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는 반면,1987년 이후에 설립된 노조들은 92%가 새로운 연대운동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를 생산직과 사무직으로 나누어 볼 경우에 사무직에 비해서 생산직 조합들이 연대운동에 대한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는 점도 주목해 볼만한 점이다. 사무직 노조들의 경우 고학력 전문기술직 종사자들의 노조들이 중요한 비중을 점하고 있으며, 업무의 성격이나 전문적인 기술에 기초한 자본의 통제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사회, 경제적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 이질적이라고 생각되는 다른 노동자들과의 연대보다는 독립적인 해결을 추구하는 경향이 매우 크다.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생산직 노조들과의 연대를 추구하여 경제적인 이해를 증대하고자 하는 태도는 매우 적다고 할 수 있다.

 

IV. 기업별노조의 문제와 새로운 노동조합운동의 전략적 선택

1.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동의 전략적 선택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시장은 노동력을 공급하고 노동자들에 대한 생계의 수단을 분배하는 이중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자본주의적 노동시장 속에서 노동자들은 자본이 제시하는 조건에 대해서 소득의 증대,노동조건의 개선,고용의 보장 등 생계의 핵심적인 문제들을 풀어 가기 위한 유리한 전략을 취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자유로운 노동시장에서 노동력 상품은 노동력의 공급을 스스로 조절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하루 하루의 생계를 보장받지 못한 채, 시장의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력을 결여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하는 개인들로서는 사회적으로 규정된 최저한의 생활수준 이상을 넘어서기 어렵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개인적으로 자본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은 노동력의 공간적 이동을 선택하거나, 개인이 지닌 기술의 교섭력을 장기적으로 높이는 것, 즉 인적자본에 투자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그 자체로서 큰 한계를 지니는 것이다. 이와 같은 개인적인 시장전략에 비해 보다 적극적인 조직적 대안은 계급으로서의 노동자들의 집단적 교섭력, 혹은 노동자들의 조직적 자원을 증대시키는 전략을 취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이와 같은 집단적 조직능력을 강화함으로써 자신들의 지위를 증대하고자 노력할 것이며,이는 생산을 둘러싼 제반 사회적 관계의 변화를 지향하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집단적 조직화를 통해서 자신들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를 변화시키려 할 경우 노동조합은 국가와 자본을 주요한 전략적 고려의 대상으로 설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경우 노조, 국가, 자본은 역사적으로 주어진 제약조건 하에서 그들의 의지를 관철하기 위한 전략적인 행동들을 선택하게 된다. 이 때 작용하는 역사적 제약들은 곧 생산의 정치와 생산내 정치의 반영이며,이와 동시에 전략의 선택은 기존의 구조적 제약에 대해 새로운 변화의 조건으로 작용한다.

 

여기에서 자본주의 국가의 목표는 장기적인 총자본의 합리성을 관철하는 것에 두어질 것이며, 이러한 관점 하에서 노동과 자본에 대한 선택메카니즘’, 혹은 규제 장치들을 만들어 내고자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가의 선택메카니즘은 긍정적 유인부정적 배제라는 두 유형을 결합하면서 구체화된다. 자본의 입장에서 볼 때 이와 같은 국가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노동자들 내부의 이질성의 강화, 계급적 동질성의 약화로 이어질 때 가장 바람직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자본, 국가의 입장과는 달리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자들은 처음부터 불리한 계급적 제약, 그리고 권력자원의 불균등한 배분이라는 조건을 안은 상태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게 된다. 로저스 (Joel Rogers,1988)에 의하면, 자본주의 하에서 노동자들은 1) 사유재산제도 자체에 내재한 전략적 자원의 불균등한 배분으로 인하여 자본에 대한 구조적 종속을 처음부터 감수하고 있으며, 2) 자본주의적 노동 시장의 특성상 개인적인 노동자들은 단기적인 물질적 이익에 국한된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대단히 크고, 3) 시장에서의 교섭은 계급간의 집단적 갈등을 단기적인 물질적 이해의 문제로 축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이미 커다란 제약을 안고 자본과의 교섭에 임하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제약 하에서도 교섭의 내용과 조건은 노동자계급이 발전시키는 권력자원의 내용에 따라서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 내게 된다. 노동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들의 장기적인 계급적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전략은 전체 노동자계급을 하나의 강력하고 단일한 조직으로 통합하고, ‘총자본에 대한 총노동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조직과 긴밀히 협력함으로써 자본주의사회에서 그들의 계급적 지위를 높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노동자들의 강력한 경제적 이익을 동원할 수 있는 경제적 조직정치적 조직들 중 어느 하나, 혹은 전부가 결여된 경우 그 사회 내에서 노동자계급의 정치, 경제적 지위는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의 노동자들은 비록 최근 들어 노동조합의 조직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규모나 구조, 그리고 정치적 조직의 측면 모두에서 대단히 많은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노동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조직은 아직 존재하지 않고 있으며, 다만 경제적 조직으로서의 노동조합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노동조합 역시 아직은 낮은 조직률과 조직구조의 분산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노조조직의 문제는 기업별조합의 문제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2. 조직구조와 전략선택: 기업별조합의 문제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은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안고 있는 일반적인 불리한 제약 이외에도 대단히 큰 제약조건 속에서 성장해 왔다.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주요한 제약들로는 1) 낮은 조직률과 기업별조합의 분산성, 2) 노동자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진보적인 대중정당의 결여, 3) 노동운동의 이념적 지평의 제약, 4) 노동운동에 대한 국가와 자본의 적대적인 통제정책, 5) 치열한 국제경쟁과 종속적 산업화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조건들 속에서 노동조합이 선택 가능한 전략의 내용과 동원 가능한 조직력은 아직도 대단히 낮은 수준에서 머물고 있을 뿐이다. 노동조합의 조직력의 증대는 조직의 동원역량을 집중화하고 조직간 협력과 연대의 강화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음을 전제로 할 때 이와 같은 제약 중에서 기업별조합을 넘어선 효과적인 탈기업적 연대전략의 실현은 노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조직적 과제임에 틀림이 없다.

 

외부세계와 단절된 채,한 기업체의 종업원들만으로 조합이 조직화될 경우 기업별로 분산된 조직은 계급적 연대보다는 종업원간의 연대, 그리고 노동자계급 전체의 이익보다는 기업의 운명에 종속된 폐쇄적인 경제적 이해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같은 기업별조합은 당연히 독점적 초과이윤이 존재하며, 기업의 지불능력이나, 상품가격의 전가능력을 지닌 독점부문의 조직화된 일부 노동자들의 경제적 이익에 대해서는 기능적일 수 있다. 그러나 독점적 대기업의 조직화된 정규고용 노동자들에 비해 시장적 상황이 불리한 조건에 있는 중소기업노동자, 미조직 대중, 그리고 실업대중들에게 이와 같은 종업원 중심의 연대는 노동자계급의 장기적인 이익을 결집함에 있어서 중요한 조직적 장애요인이 되는 것이다. 더구나 기업별로 분산된 조직들이 단위조합에 국한된 경제적 이익의 실현만을 조직의 전략으로 선택할 경우 단위조합 차원의 합리성이 노동자계급 전체의 입장에서 비합리성을 선택할 가능성은 매우 커진다고 하겠다. 상대적으로 시장독점적이 강하고, ‘독점지대를 실현하고 있는 독점부문과 여타 부문의 증대하는 시장상황의 격차는 장기적으로 노동시장의 기업간 분절화, 기업별로 폐쇄된 노동시장을 구조화함으로써 기업별조합의 전략적 선택과 노동자계급의 장기적인 계급적 이해 사이에는 점점 더 큰 이해의 균열을 만들게 될 것이다.

 

기업별로 분산된 노동자들의 단기적이며 기업특수적’(particularistic)인 경제적 이익의 추구가 전계급적인’(class-wide) ‘연대의 실현에 장기적인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현상은 기업별조합이 강고히 구조화될 수록 더욱 강하게 나타나게 된다. 기업별로 분산된 조직들이 단기적인 경제적 이익을 중심으로 투쟁하는 전략은 국가의 강력한 규제와 자본의 적대적 대응 속에서 노조가 선택할 수밖에 없는 합리적선택의 결과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장기적으로 노조운동의 분산화, 노동시장의 기업간 분절화이며, 이는 결국 계급적 노동운동의 약화이다.

 

기업별조합체체 하에서 분산된 노동조합의 투쟁이 자본과 국가에 대해서 효과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현상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잘 드러나고 있다. 집중화된 단일한 조직을 통해 노동자들의 전계급적인 요구를 국가에 반영시킬 수 있는 수단과 통로가 없는 상태에서 우리나라의 노동조합들은 당연히 경제적문제영역과 기업의 내부에 국한되고, 분산된 전투적 파업을 주요한 영향력의 전략으로 선택해 왔다. 이와 같은 전략의 지속은 노동자들의 투쟁을 점점 더 특수한 투쟁, 경제적인 문제, 임금의 문제에 국한된 기업별 투쟁으로 파편화 시키는 경향을 강화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기업체의 규모에 따른 교섭력의 격차 , 부문별 조직능력의 불균등한 발전은 노동자 내부의 이질화를 강화하며, 결국에는 조합운동 자체를 약화시킬 가능성을 증대시켜 왔던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기업별조합체제의 강화는 노동조합에 대한 국가와 자본의 일관된 전략적 통제의 기조가 되어 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노동조합의 조직 범위를 기업체의 내부에 엄격히 제한시키고, 조합운동과 여타 사회운동과의 연대를 차단시키며, 단체교섭의 내용을 경제적 문제에만 국한된 협소한 문제영역으로 축소시키는 전략은 기업별조합의 강화라는 일관된 기조 속에서 나타나는 자본과 국가의 일관된 정책의 기조였다.

 

기업별조합의 문제는 국가와 자본의 제약 속에서 단기적인 이해만을 집중적으로 추구해 온 기존의 제도권 조합운동의 운동방향에서도 이미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들은 극히 제한된, 기업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는 전략만을 선택해 왔으며, 이러한 조합특수적 이해만을 추구하는 전략은 적어도 독점부문에 국한된 단기적인 운동에 대해서는 일정한 경제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볼 때 조합의 이러한 선택은 결과적으로 노조 조직의 분절화를 강화할 뿐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가와 자본은 노동조합운동의 기업별 폐쇄성을 강화시키는 전략적 선택의 기제들을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3. 새로운 노동운동의 활동전략: 기업별조합의 조직적 혁신과 탈기업적 연대의 발전방향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불리한 시장적 조건들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차원의 전략들을 추구하게 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전략들을 노동조합과 정당이라는 두개의 조직적 자원을 매개로 수립되고 관철될 수 있다. 그러나 아직 노동자계급의 정치적 책임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조합은 경제적 개혁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적인 책임성까지 담보할 수 있는 전략을 발전시켜야 한다. 개별 사업장의 파업이나 노동조합의 연대적 행동이 경제적 이슈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 노동조합운동의 이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 기인한다 하겠다. 우리는 지금까지의 분석을 토대로 80년대 후반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운동에 있어서 기업별조합의 조직적 혁신과, 이에 기초한 새로운 연대운동의 발전 방향에 대하여 몇 가지 논의를 추가해 보고자 한다.

 
 
 
 

1. 기업별조합의 조직적 혁신:기업별조합의 유형과 발전의 방향

 

 

단위조합 차원에서 80년대 후반 우리나라 노동조합들의 조직적 위상을 정리해 볼 때 우리는 1) 노조 조직의 내적 운영에 있어서의 조합원 대중들의 민주적 참여와 민주적 루울의 존재 여부에 따른 민주적 성격의 조합과 과두적 성격의 조합으로, 그리고 2)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이라는 측면에서의 자주적 조합과 종속적 조합을 기준으로 네 가지 정도의 유형을 분류해 볼 수 있다. <8>은 이와 같은 조직의 유형을 간단히 정리해 본 것이다.

 

 

<8> 80년대 후반 우리나라 기업별조합의 유형

    노동조합의 내부운영의 민주성
    민주적 조합 과두적 조합







자주적
조합
[ I ]
자주/민주형 조합
[ II ]
자주/과두형 조합
종속적
조합
[ III ]
종속/민주형 조합
[ IV ]
종속/과두형 조합

 

우리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성의 원칙이 가장 강하게 드러나고 있는 [ I ]과 같은 유형의 단위조직은 87년 이후 새로운 조합운동의 성장 과정에서 새로운 연대운동에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조합일 수록,그리고 생산직의 조합일수록 비교적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반해 조합의 운영 과정에서 조합원 대중들의 참여가 활발하지 못하거나, 87년 이전에 설립된 조합,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근의 활발한 조합운동의 과정에서 과거의 집행부가 그대로 유지되거나 탈기업적 연대운동에 소극 적인 조합일 수록 [ IV ]와 같은 유형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을 놓고 볼 때 기업별 조합이 연대운동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발전시켜 나아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과제는 어떻게 [ IV ]에 가까운 조직적 유형으로 부터 [ I ], 혹은 최소한 [ II ]의 조직유형으로 바뀌어 갈 수 있느냐의 문제에 있다고 판단된다. 조사의 결과만을 놓고 볼 때 단위조합이 이와 같은 조직적 발전을 추구해 나아감에 있어 중요한 조직내적 과제는 조합 내부의 민주적 운영과 참여의 기반 및 루울들을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들과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일단 조합 자체에서 내부의 민주적 운영의 기반이 형성될 경우 단위조합이 보다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조합을 향한 전략을 선택하고, 더 나아가서 기업별 한계를 넘어서는 연대운동 전략을 선택할 가능성은 대단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합의 이행전략이 단위조합 차원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자주적이며 민주적인 조합들은 스스로의 조직적 기반과 지도력을 안정화시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들 안고 있다. 대체로 87년 이후 조합의 민주적 토대를 확보한 조합이라고 할지라도 우리나라의 민주적 조합들은 거의 대부분 지도력의 안정적 재생산의 기반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별조합이 지도부의 조직적 안정성과 재생산의 기반을 유지하면서, 이와 동시에 새로운 연대운동의 전략을 선택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조합 자체의 역량뿐만 아니라 자본과 국가와의 갈등을 전제로 하는 것이며,지금까지 강고하게 구축되어 온 생산의 정치와 생산내 정치의 지형자체를 변화시키는 집단적 노력과 함께 결합될 때 현실적인 추진력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조합운동은 전체로서 집단적 연대을 강화해 나가갈 수밖에 없으며,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87년 이후 새롭게 발전하고 있는 연대운동의 내용을 새로운 조합운동 진영이 현실적 제약에도 불구하고 전개해 나아가는 전략적 선택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별조합의 자기혁신의 문제와 함께 새로운 조합운동의 핵심적인 과제는 87년 이후의 변화의 흐름들을 어떻게 하나의 방향과 조직으로 묶어 세우면서 기업별 조합의 분산된 운동을 단일한 전국적인 운동으로 결합할 수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2. 탈기업적 연대운동의 발전방향

 

 

에스핑-엔더슨(Gosta Esping-Andersen)의 주장에 의하면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가장 바람직한 것은 1) 시장상황에의 종속을 약화시킴으로써, 노동자 개인과 그 가족,그리고 노동자들 전체가 시장적 상황에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인정되어야 할 최소한의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범위의 영역을 확대하는 것과, 2) 생산직의 육체노동자들과 봉급생활자들을 포함한 노동자계급 내부의 균열과 이질성을 극소화하면서, 농민, 중간제계층 등과의 광범위한 계급적 연대성을 실현시켜 나아갈 수 있는 보편주의적 전략들을 실현하는 것에 있다고 한다. 우리는 전자의 전략을 상품관계로부터의 자율성을 쟁취한다는 의미에서 탈상품화’(de-commodification) 전략과 정책이라고 한다면, 후자의 전략을 연대적투쟁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략은 노동자들의 관점에서 장기적인 사회변혁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노동자계급의 권력 자원을 증대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보았을 때 노동조합의 정책이 노동자계급의 장기적인 이해에 합치할 수 있느냐의 문제는 자본과 국가의 전략에 대응하면서 어떻게 노동자들의 이해의 통일성을 회복할 수 있느냐, 혹은 최소한 조합조직을 통해 노동자계급 내부의 더 이상의 이질화를 방지할 수 있느냐의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노동자들 내부의 경제적, 의식적 차이를 방치하고 그럼으로써 불균등한 자원과 기회의 배분을 초래하는 것은 결국 노동자들 내부 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세력들과의 점증하는 이질성을 강화한다. 이와 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조합의 전략은 집단적 이해와 자원들을 최대한 조직적으로 결합하는 것이며, 이는 계급적 상황에 대한 연대적해석과 연대적대응의 필요성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만들고 있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노동자들 내부의 이질성, 심지어는 적대성을 증대시키는 역사적 조건과 계급관계에 대해서 노동자들 내부의 계급적 연대성을 높이는 것은 노동자들이 처한 조건과 상황,그리고 조직과 의식 등 모든 조건들의 평등화전략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노동자계급의 연대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직률을 극대화함과 아울러 전국적인 수준에서의 조직노동의 통일성연대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노동조합은 조합의 정책을 포함 가능한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 공유함으로써 조직 발전의 혜택을 고르게 분배해야 한다. 이와 같은 정책의 실현은 물론 조직의 집중과 협력의 강화,그리고 노동조합에 우호적인 국가 권력의 존재 여부에 의해 결정되게 된다.

 

그러나 국가권력의 노동운동에 대한 정책이 대단히 억압적인 상황,그리고 노동자들의 조직 역시 기업별로 분산되어 있는 조건 속에서 조합간 이질성을 극복 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 선택되지 않을 경우 기업별로 고립 분산된 조합의 전투적 경제투쟁은 기업규모와 지불능력의 차이에 따른 노동자들 내부의 격차의 확대 -> 노조간의 이질성 증대와 기업폐쇄적 의식의 성장 -> 노동자계급 내부의 분절화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기업별조합 자체의 기반약화 라는 노동조합 운동의 기대하지 않은 장기적 비합리성을 초래할 가능성을 높이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을 통해 현단계 우리나라 노동조합운동의 상황을 비추어 볼 때 조합운동의 장기적인 성패는 87년 이후 새롭게 형성된 새로운 조합들간의 탈기업적 연대운동의 성패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87년의 노동자대투쟁 이후 우리나라의 노동조합운동은 조직의 규모나 내용에 있어서 실로 괄목할 만한 발전을 보이고 있다. 불과 2년여에 걸친 짧은 기간의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내용과 연대의 수준은 그 이전과는 대단히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지난 2년여에 걸친 변화의 내용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새로운 노동조합들이 추구하고 있는 탈기업적 연대의 움직임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업단위 조합의 틀을 넘어서는 다양하고 폭넓은 연대의 조직적 기초가 이 기간에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은,비록 아직은 초보적인 수준이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자본주의의 가장 역동적인 부문의 노동자들이 탈기업적 연대의 필요성을 자각해 가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새롭게 발전하고 있는 탈기업적 연대의 내용들은 비교적 다양한 흐름과 요구들 속에서 형성되어 왔는데,그 주요한 경향들을 지적해 보면, 1) 공단이라는 지역적 동질성과 공통의 생활 기반 속에서 노동조합의 형성과 발전과정에서 직면했던 공동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전된 지역적 단결, 2) 비생산직 중심의 비교적 직업적 동질성이 강한 업종의 동질성에 기초한 업종별 단결, 3) 자본계열 및 고용의 동질성에 의거한 재벌그룹별 단결,그리고 4) 동일한 업종의 영세업체 노동자들이 지역적으로 결집하는 지역노조등을 들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지역적 단결과 업종별 단결은 새로운 노동조합운동의 가장 주요한 연대운동의 내용이 되고 있다.

 

비록 아직은 대단히 초보적인 연대의 수준, 기업별 조합체제를 그대로 유지한 상태에서의 협의체적 수준의 연대활동에 그치고 있지만, 이러한 조직들은 전통적인 제도권의 기업별조합들에 비해 보다 광범위한 노동자 대중들을 결속시켜 나아가고 있으며,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여타 사회세력들과의 적극적인 연대활동 속에서 탈기업적 연대활동들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전략적 선택의 가능한 내용들을 넓혀 가고 있다.

 

그러나 지난 2년간의 조합운동의 내용을 볼 때 새로운 연대운동은 거의 대부분 자본이나 국가의 통제나 억압에 대한 저항이라는 소극적이며, 방어적인 대응의 과정에서 발전해 왔다. 따라서 연대운동의 전략적 내용 역시 방어적인 측면을 강하게 지니고 있었으며,노동조합운동의 관점에서 한국사회의 구체적인 대안적 발전 방향에 대한 적극적인 민주적 대안을 제기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총자본에 대한 총노동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치적 조직, 혹은 전국적으로 조직화된 단일한 노동조합 조직이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조합운동의 이와 같은 한계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90년 이후 우리나라 노동조합 운동의 장기적인 발전 전망을 놓고 볼 때 지금까지의 소극적이며, 방어적인 연대만으로는 탈기업적 연대운동의 내용을 전계급적 연대로까지 끌어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새로운 노동조합 운동은 노동자들 내부의 다양한 층과 집단들을 결속시킬 수 있는 공통의 정치, 제도적인 문제, 그리고 현재 발전하고 있는 연대운동의 내용들을 강화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운동의 전략들을 발전시켜 가야 할 것이다 노동시간의 단축, 노동조건근로환경의 개선, 산업안전 기준의 강화 등과 같은 기본적 상태의 개선으로부터 실업보험, 산업구조의 조정, 노동조합의 경영참여 등에 이르는 구조적 혁신의 요구,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노동조합의 정치참여, 여타 사회계층과의 연대의 강화 등에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노동조합은 노동자계급의 연대성의 강화라는 장기적인 목표 속에 보다 적극적인 요구들을 제기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노동조합은 노동자 자신들의 문제뿐만 아니라 농민, 도시빈민, 도시 중산층 등 여러 계층과 사회세력들의 공동의 요구들을 수렴해 나아가야 하며, 전체 국민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문제들, 이를테면, 주택, 세금, 공해, 환경, 사회경제적 불평등 구조의 개혁 등의 문제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민주적 대안을 제출하기 위한 노력을 해 나아가야 한다. 조합간의 협력적 행동은 현재 존재하는 조직의 상황과 실정에 맞는 공동행동을 조직화함으로써 그 내용들이 채워져야 하며, 그러한 의미에서 90년도부터는 동일한 지역의 같은 업종에 속한 조합들간의 연대를 기반으로 소규모적인 형태이지만,지역적 소산별 공투를 시도해 보는 것이 일정한 의미를 지닐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V. 토의 및 결론

 

 

 

노동조합의 조직과 활동을 이해하기 위해서 본 논문에서는 전략적 선택접근을 제시하여 노동조합의 활동이 정치적,경제적 제약 하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의 결과로서 1980년대 후반에 나타나고 있는 한국의 노조조직과 활동의 성격과,그 속에서 제기되는 조직발전의 문제들을 살펴보았다.

 

먼저 작업장내의 사회적 관계에 법적,혹은 행정적 규제나 제약으로 노조의 활동 영역을 결정하는 생산의 정치의 변화는 노조의 조직과 활동에 뚜렷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1987년 이전과 이후라는 시간적 지표를 통하여 밝혀진 것은 87년 이전에 설립된 노조들이 87년 이후에 설립된 조합들 보다 과두적인 기업별조합의 특징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일반 조합원들의 노조의 중요한 의사결정에의 참여가 중요한 조직의 원리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주로 87년 이후에 설립된 노조들로 밝혀졌다. 이러한 특징은 사무직과 생산직 노조의 비교에서도 나타났다. 생산직 노조들 보다 사무직 노조들이 과두적 조직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특징은 노조의 설립 당시에 노조에 주어지고 있는 법적, 정치적 제약들이 노조의 조직원리에 내재됨으로써 법적, 정치적 제약들이 제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잔재는 계속 유지되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사무직 노조들의 경우 노조원들의 노조에 대한 참여 정도나 기대가 낮고 업무의 성격이 분산되어 있어서 노조가 지도부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노조운동의 전국적 조직의 형태로서의 전노협의 설립에 대한 조합들의 태도에 있어서도 대체로 노조의 설립시기가 중요한 변수로 나타났다. 87년 이후에 조직된 새로운 노조들의 경우 전노협의 설립에 대한 지지가 높은 반면,87년 이전에 조직된 노조들의 경우 이에 대한 지지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이는 노조의 조직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이미 생산의 정치가 조직원리에 내화되었기(embedded) 때문에 노조의 설립 시기가 중요한 변수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노조조직과 관련된 생산의 정치의 한 지표는 일반 조합원들의 노조활동 참여도로서 87년 이후에 조직된 조합들의 경우 참여율이 높은 조합들이 참여율이 낮은 조합들 보다 새로운 형태의 전국적 연대의 필요성에 더 많은 공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의 민주적 조직원리나 대안적 노조연맹에 대한 태도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소로서 생산내 정치의 차원으로 노조의 유형을 나누어 볼 수 있다. 사무직 노조와 생산직 노조와의 뚜렷한 차이는 생산내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업무와 작업조직의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앞으로의 노조활동을 예측하는 데 중요한 변수라고 생각된다.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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